[단독] "여권 검찰개혁, 초등학교 징계위원회 수준"…평검사도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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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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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평검사가 검찰청 폐지와 검사의 수사권 박탈과 관련해 평검사들도 의견을 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여권 주도로 이뤄지는 검찰 개혁에 검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야 한다는 평검사들의 반발도 대폭 커질 전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형근 울산지검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존경하는 선후배 평검사 여러분, 목소리를 내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고 검사는 "지금까지 우리는 침묵을 지켜왔고, 나서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라 생각해 왔다"며 "이제는 침묵을 깨야할 때"라고 썼다.

고 검사는 "검찰개혁은 대부분 평검사들이 바라마지 않는 숙원이자 열망"이라며 "제도 결함을 고치고 시대 요구에 맞는 형사사법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일부 정치인들이 밀실에서 진행하는 방법으로 이뤄지는 검찰개혁은 민주주의와 형사사법의 기본 원리를 벗어나 스스로의 정의를 훼손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고 검사는 이어 "개혁 당사자인 검사들의 목소리를 봉쇄하는 모습은 초등학교 징계위원회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비밀리에 모의하고 결과만 짜내듯 발표하는 과정을 두고 '충분한 숙의'를 거쳤다고 말할 수 있나"라며 "일부의 검찰구성원이 목소리를 냈지만 '개혁대상이 반항한다'는 비난만 쏟아졌을 뿐, 어떤 점에서 의견이 부당하다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했다.

고 검사는 평검사들이 검찰 지휘부를 상대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을 미래로 인도할 역할은 곧 떠날 지휘부가 아닌 우리의 책임"이라고 했다. 또 "대부분 평검사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지휘부의 입장에 동조하기 때문이 아니라, 검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려는 희생정신의 표현으로 침묵을 유지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휘부와 평검사의 생각이 다르고, 평검사도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며 "수사권의 분리를 주장하는 동료도 있고, '검수원복'을 바라는 동료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고, 조율하고, 싸우면서 나은 방향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 내부의 진지한 토론과 목소리가 밖으로 드러날 때 국민은 비로소 우리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고 검사는 "역사의 법정에서 최소한 우리는 침묵하지 않았다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며 "검찰개혁은 제도를 고치는 개혁이지 사람을 짓밟는 개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억압과 침묵을 강요하는 위장된 개혁에는 맞서야 한다'며 "형사사법체계의 한 축을 지탱하는 실무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고 검사는 "평검사 중에서도 가장 보잘 것 없는 제가 존경하는 동료와 선후배님들을 부른다"며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도록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글에는 상당수 평검사들이 호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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