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사춘기와 조현병 전구기[김지용의 마음처방]

1 week ago 21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이 시기에는 다들 그러니까.’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흔히 듣고, 또 스스로 위안하며 되뇌는 말이다. 갑자기 방문을 닫아걸고, 말수가 줄어들며, 성적이 떨어지고 밤낮이 바뀌는 모습. 주변에서는 사춘기의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말하고 실제로 대부분 그렇게 지나가지만, 안타깝게도 더 심각한 문제로 번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단순한 방황이 아니라 조현병 초기의 신호였음을 뒤늦게 알게 되기도 한다. 조현병은 대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발병한다. 환청, 망상 등의 본격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전구기를 거치기도 하는데 이때는 조현병으로 진단하기 어렵지만 분명 이전과는 다른 애매모호한 변화를 보인다. 이런 변화가 10대 중반부터 나타나면 사춘기와 시기가 겹치다 보니 그저 지나갈 것으로 기대하다가 치료 시작의 적기를 놓치기도 한다. 조현병 전구기와 사춘기에 나타나는 모습의 차이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감정의 양상이다. 사춘기에는 짜증이나 반항 등 감정 기복이 겉으로 표출된다. 반면 전구기에는 감정이 무뎌지거나, 상황에 맞지 않게 느닷없이 웃고 우는 등 부적절한 감정 반응이 주로 나타난다. 둘째는 관계의 범위다. 사춘기에는 부모와 담을 쌓더라도 또래 친구들에게 몰두하거나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조현병 전구기에는 모든 관계에서 멀어지며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 대신 이전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철학이나 종교 등의 주제에 과하게 심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셋째는 사고와 인지 기능의 저하다. 전구기에는 단순히 공부하기 싫어하는 게 아니라 “머리가 텅 비어버린 것 같다”거나 생각이 자꾸 끊긴다고 호소한다. 이전과 달리 말이 앞뒤가 맞지 않기도 한다. 그 외에도 무기력, 수면 장애, 강박 증상, 신체 통증 등 그 자체만으로는 조현병으로 진행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비특이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누군가 뒤에서 나를 비웃는 것 같다”거나 “노래 가사가 내 이야기 같다”는 식의 ‘피해 사고’나 ‘관계 사고’를 보이는 경우에는 그나마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역시 사춘기에 보일 수도 있는 모습이어서 판단하기 어렵다. 전문 의료진조차 심리검사와 장기적인 경과 관찰 없이는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미묘하기에 인터넷 정보로 지레 진단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이 글의 목적이 부모의 불안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 단 하나의 행동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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