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국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의 흥행 핵심 조건으로 ‘상징성’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최근 공사비 급상승으로 주요 입지의 대규모 정비사업조차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랜드마크 단지의 경우 각 건설사 브랜드 전략에 따라 과감하게 경쟁입찰에 나서는 사례가 이어지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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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정비창전면 1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 뛰어든 HDC현대산업개발(위)과 포스코이앤씨 조감도.(사진=각 사) |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강남권 일대 ‘대어급’으로 주목받았던 정비사업 곳곳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서 번번이 유찰을 겪으며 수의계약이 대세가 됐다.
실제로 예상 공사비 1조 6934억원에 이르는 잠실우성1·2·3차 재건축 사업은 두 차례 입찰에서 모두 GS건설이 단독 응찰했다. 두 차례 유찰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조합은 조만간 GS건설과 수의계약 체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 역시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지하 5층~지상 35층, 2698가구 규모 대단지로, 예상 공사비 역시 1조 5319억원 수준이나 당초 예상됐던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았다.
현장설명회 때마다 다수 건설사들이 참여해 흥행 기대감을 높였던 송파구 가락현대1차의 경우에도 두 차례 입찰에서 모두 롯데건설이 단독 응찰하면서 결국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현장설명회에서 9곳의 건설사가 참여했던 서초구 방배신삼호 역시 최근 1차 입찰을 마감한 결과 HDC현대산업개발만이 참여해, 2차 입찰을 준비 중이다. 이외 서초구 방배15구역도 두 차례 유찰 끝에 포스코이앤씨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비 급상승으로 주요 입지 대규모 정비사업조차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까닭이다. 수백억원에 이르는 입찰보증금은 물론, 경쟁입찰시 투입돼야 하는 홍보·영업 비용도 큰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주요 입지 대규모인 데 더해 상징성까지 갖춘 정비사업은 상황이 다르다.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의 맞대결이 성사된 용산구 정비창전면 1구역, 입찰공고가 나기도 전부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간 물밑작업이 한창인 강남구 압구정2구역이 대표적이다. 두 정비사업은 예상 공사비 각각 9558억원, 2조 4000억원에 이르는 ‘대어급’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상징성이 강한 곳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우선 용산 정비창전면 1구역은 서울 도심 정중앙에 개발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대표하는 주거지로 상징성이 강한 데다, 하이엔드(최상급) 브랜드가 다소 취약한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 모두에게 전략상 중요한 요충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정비사업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 입지 다지기에 이번 용산 입성이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다.
우리나라 전통 ‘부촌’인 압구정 일대 정비사업(2~5구역) 가운데 처음으로 시공사 선정에 돌입하는 2구역은 상징성에선 견줄 만한 곳이 드물다. ‘압구정 현대’라는 상징적 가치를 앞세운 현대건설에 맞서 최근 주요 입지 정비사업을 휩쓸며 압도적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삼성물산 ‘래미안’의 맞대결이 입찰공고 전부터 치열한 이유다.
연내 시공사 선정을 준비 중인 주요 정비사업 중 상징성을 확보하려는 건설사들로 이미 경쟁입찰이 예고된 곳도 적잖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4지구 중 대장주로 꼽히는 1지구는 이미 현대건설과 GS건설의 물밑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며, 14개 정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여의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범아파트는 ‘눈독을 들이지 않는 건설사가 없다’는 후문까지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상징성이 강한 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충분히 수주를 할 가치가 있다”며 “내년까지 서울 곳곳 주요 입지의 정비사업이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시공능력순위와 더불어 상징성을 갖는 정비사업을 따낸 건설사들이 단연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