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200억 깎았는데 '관심 없어요'…강남 알짜 땅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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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바이 펜디 까사 예상 조감도. 사진=골든트리개발

포도 바이 펜디 까사 예상 조감도. 사진=골든트리개발

명품 브랜드가 인테리어를 맡아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짓는다면서 화제가 됐다가 시행사가 빚을 갚지 못해 공사가 멈춘 초고가 주상복합 부지가 가격을 200억원이나 낮췄음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최악으로 치달은 건설경기에 강남 알짜 땅마저 개발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경·공매 업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 114번지 '포도 바이 펜디 까사'부지 2차 공매는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매각 대상은 토지 3253㎡(약 980평)와 건물 등이다.

앞서 이달 4일 진행된 1차 입찰에서 최저 입찰가 3712억8800만원에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다. 이번 2차 입찰에서는 약 200억원 낮춘 3527억2300만 원에 공매가 진행됐지만 역시 응찰자가 없었다.

이 부지에는 지하 7층~지상 20층 규모로 아파트 29가구와 오피스텔 6실 등 초고가 주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의 인테리어 가구 브랜드 '펜디 까사'가 인테리어 전반에 참여해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모두 분양가가 200억원대였고 펜디 까사 본사가 고객 직업과 자산을 확인한 후 입주 여부를 결정하기로 해 '귀족 아파트'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시행사는 과거 금융권에서 해당 부지와 건물을 1500억원에 매입했지만 이후 사업비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하며 기한이익상실(EOD)에 상태에 빠졌다. 결국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에 실패하며 해당 부지는 그대로 공매에 넘겨졌다.

올해 10월까지 8번의 공매가 예정돼 있다. 다만 입찰 가능성은 작다. 10회차 공매의 최저입찰가는 2340억원으로 감정가(3099억원)의 약 75% 수준이다. 10회차 공매까지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으로 매각을 진행한다. 이 경우 감정가의 절반 아래인 헐값에 거래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금난에 빠진 사업장들의 공매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하이엔드 주거 시설의 경우 미분양 리스크로 사업이 좌초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고가 오피스텔 '청담501' 부지도 본 PF 착수에 실패해 공매에 넘어갔으며 이후 9번의 유찰 끝에 수의계약으로 매각됐다. 강남구 도곡동 '오데뜨오곡 도곡'도 미분양으로 인해 부지와 근린시설 전량이 공매로 넘어갔다. 최초 최저입찰가는 1829억원이었지만 유찰을 거듭하며 지난달 1000억원까지 떨어졌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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