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도, 분양가도 너무 비싸"…무순위 청약만 보는 무주택자들 [주간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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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장안구 '화서역 푸르지오 브리시엘' 전경. 사진=대우건설

수원시 장안구 '화서역 푸르지오 브리시엘' 전경. 사진=대우건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지만 결국 수요의 힘이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질서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매주 수요일 '주간이집' 시리즈를 통해 아파트 종합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함께 수요자가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의 동향을 포착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가 3년 만에 50% 넘게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한층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대한 실수요자의 관심이 한층 뜨거워지는 모양새입니다. 무순위 청약 물량은 과거 분양가로 공급되기 때문입니다.

3년 만에 57% 급등한 수도권 분양가…5년 전 가격에 나오자 '북적'

18일 아파트 종합정보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9~15일) 기준 방문자가 가장 많은 단지는 4만2998명이 몰린 수원시 장안구 '화서역푸르지오브리시엘'이었습니다.

2023년 9월 입주한 이 단지에서는 전용면적 84㎡ 1가구(9층)와 전용 104㎡ 1가구(25층)에 대한 무순위 청약이 이날 진행됩니다. 부정 청약, 전매제한 위반 등 불법행위가 적발돼 계약 취소와 재공급이 결정됐습니다.

2020년 진행된 1순위 청약 접수에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452가구 모집에 1만8262명이 접수해 평균 4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입니다.

최초 청약 당시에는 지하철 1호선 화서역이 도보권이라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현재는 단지 앞에 스타필드 수원도 들어서며 정주 여건이 더 좋아졌습니다. 이번 무순위 청약은 수원시 거주자에 한해 전용 84㎡ 1가구는 신혼부부, 전용 104㎡ 1가구는 다자녀 가구 대상 특별공급으로 진행됩니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사진=HUG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사진=HUG

가장 관심을 끌 분양가는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가 7억1100만원, 전용 104㎡는 8억7500만원입니다. 발코니 확장 비용 1450만~1640만원을 감안해도 최근 시세나 분양가보다 크게 저렴한 액수입니다. 아 아파트 최근 실거래가는 전용 84㎡가 이달 기록한 11억9000만원(7층), 전용 104㎡는 지난해 나온 14억8000만원(41층)입니다.

이는 최근 수도권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를 크게 밑도는 매력적인 가격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수도권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85% 상승한 2879만원입니다. 수도권 전용 84㎡ 평균 분양가는 10억650만원, 전용 104㎡ 평균 분양가는 12억8550만원이라는 의미입니다.

부동산R114는 수도권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이 2021년 3.3㎡당 1468만원에서 2024년 2317만원으로 3년 만에 57.8% 급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도 원·달러 환율과 인건비 상승,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 등 규제 강화 여파로 분양가 상승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분양가격이 상승을 거듭하니 청약 시장에서는 과거 분양가로 나오는 무순위 청약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셈입니다.

"분양가 감당 안 돼"…무순위 찾거나 청약 포기

전국에서 아파트 분양가격이 가장 비싼 서울에서도 무순위 청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이달 둘째 주 3만7714명이 찾아 방문객 2위에 올랐습니다. 이 아파트도 지자체와 무순위 청약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용 39·49·59·84㎡ 4가구가 2023년 분양가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을 출시한 하나은행 영업점으로 고객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한경DB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을 출시한 하나은행 영업점으로 고객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한경DB

당시 분양가는 전용 59㎡가 9억7940만∼10억6250만원, 전용 84㎡는 12억3600만∼13억2040만원이었습니다. 최근 실거래가는 전용 59㎡가 지난달 22억3000만원(28층)을 기록했고 전용 84㎡도 지난달 26억원(13층)에 팔렸습니다. 2년여 만에 10억원 넘게 뛴 셈입니다.

분양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면서 청약을 포기하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39만3790명으로, 한 달 전에 비해 2만5048명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4만3599명이나 청약 통장을 해지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 신축 아파트 분양가격이 계속 치솟으면서 당첨되어도 분양가를 낼 수 없다는 '청약통장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같은 이유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에 공급되는 무순위 청약도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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