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원유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서 세계 시장은 ‘에너지 충격’을 실시간으로 반영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휴전이 이뤄지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는 손실을 모두 회복하고 전쟁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번 사태로 투자자는 많은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됐다.
안전 자산은 없다
우선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S&P500지수는 지난 3월 30일까지 고점에서 10% 가까이 떨어졌지만 이후 11거래일 만에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투자자들이 통상 지정학적 충격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가 1939년부터 주요 지정학적 사건 30건을 분석했더니 S&P500지수의 바닥은 초기 충격이 가해진 뒤 평균 3주 후 나타났다. 그리고 중간값 기준으로 약 34일 만에 충격 이전으로 회복했다. 작년 4월 ‘해방의 날’ 충격, 2020년 팬데믹 때도 증시 회복세는 재빨랐다.
두 번째 ‘안전 자산’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 투자 전략에서 국채, 특히 미국 국채는 안전 자산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유가가 뛰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채권은 주식과 함께 하락했다. 미국 달러도 마찬가지다.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은 “분쟁 초기 6주 동안 달러는 유가와 이례적으로 밀접하게 움직였고, 휴전 발표 이후 과거 패턴보다 훨씬 더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금 역시 위험 자산처럼 움직이며 주식과 함께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월가는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금 비중이 커지면서 유동성이 경색될 때 유동성 공급원으로 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전통적 안전 자산이 제 역할을 못하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세 번째 에너지는 더 중요해졌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에너지 공급이 끊기자 각국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는 석유와 천연가스 비축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호르무즈해협의 통행료 부과가 현실화한다면 에너지 안보 우려는 계속해서 높아질 수 있다. ING는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하거나 선별적 통행을 허용한다면 원유 공급이 예고 없이 줄어들 수 있어 유가에 지속적 위험 프리미엄이 붙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위험해진 세계
네 번째 세계는 더 위험해졌다. 더 이상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가 쉽고 빠르게 승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이란은 값싼 드론, 기뢰, 단거리 미사일만으로 호르무즈해협이라는 ‘초크 포인트’를 장악해 상대에게 커다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자유주의적 무역 질서가 흔들리면서 이런 초크 포인트를 압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국은 핵심 광물과 희토류 수출을 쥐락펴락하며 각국에 압력을 행사한다. 미국은 반도체 및 장비 수출을 제한해 중국을 누르려 하고 있다. 규칙에 기반한 세계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궁극적으로 전쟁 위험을 높인다. 각국이 국방비를 늘리고 드론 등 신병기에 많은 자금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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