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장수는 인류의 오랜 염원이다. 전 세계에서 대규모 투자 자본이 몰리고 최신 연구 역량이 건강 분야에 집중된다. 비만치료제 위고비로 급성장한 노보노디스크는 한때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으로 진단하고 로봇이 수술하며 알약 하나로 체중을 조절하는 세상이 가까이 왔다. 그런데 진정 기술 발전이 내 건강을 담보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체질과 반응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병이 난 후에 대처하는 현대 의학 역시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 예방과 근원적 치유를 위해 식생활, 수면, 운동 등 생활 습관을 중시하는 흐름이 생겼다. 200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별 비만의 사회적 비용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는 “내 몸과 내가 먹는 것, 사적인 영역에 왜 국가가 간섭하는가”라는 물음에 미래 세대가 부담하게 될 의료비 증가로 설명했다.
어느덧 가정 속 밥상머리 교육은 사라지고 1인 가구 증가로 배달 음식과 가공품 소비가 주류가 됐다. 외모와 건강마저 경쟁하는 세태라 성형과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열기가 높다. 인터넷과 홈쇼핑 채널마다 뭐가 어디에 좋다는 기사성 광고, 조각 진실이 넘쳐난다. 해외 곳곳에서 찾아낸 농식품, 보조제 장사가 유행처럼 이어진다. 정보의 홍수 속에 불안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유독 한국에서 더 심하다.
한편 미국은 ‘식품으로 치유한다(Food is Medicine)’는 정책을 통해 질병 예방과 의료를 통합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과일과 채소 등 맞춤형 영양을 처방하고 이를 공적 보험에서 보전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식생활 지침은 원재료의 형태가 구별되는 진짜 식품을 먹고 초가공 식품을 멀리 하라고 강조한다.
유럽에서 건강한 식생활의 출발은 좋은 제철 음식 재료를 직접 요리해 가족과 나누는 것이다. 약국과 슈퍼마켓에 다양한 건강 보조제가 널려 있지만, 질환이 없는데 굳이 구매하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과 자연, 환경과 전통을 지키는 길이 농업으로 연결된다는 공감대가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프랑스에선 어린이들이 방송을 많이 보는 시간대에 ‘먹고 많이 움직이자(Manger Bouger)’라는 노래를 줄기차게 틀어준다. 2007년부터는 모든 식품 광고에 최소 5가지 과채류 먹기, 기름지거나 달고 짠 음식은 먹지 말고, 식사 사이에는 간식을 피하라는 문구를 자막 또는 음성으로 송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장지 전면에 당, 나트륨, 영양을 종합해 점수를 매기고 신호등으로 녹색에서 빨간색까지 등급을 표시한다.
이처럼 식생활 교육은 급식과 연계해 영양과 식사 예절은 물론 개인의 취향 존중, 기후 위기, 자연 순환의 원리를 익히는 토론의 장이 된다. 독일 성인의 약 10%가 채식으로 돌아선 배경도 여기에 있다. 어쩌면 ‘먹는 것이 보약’이라는 식약동원(食藥同原)에서 우리가 멀어지는 사이 지속할 수 있는 미래를 향한 식생활의 의미까지 잊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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