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공습 이어 크림대교 폭파 이끈 ‘우크라판 KGB’ 수장[지금, 이 사람]

1 day ago 4

말류크 우크라 보안국 국장이 주도
“러에 죽음을” 취임부터 결사항전
러 함대 드론 공습 등 작전 기획

3일 러시아 본토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의 수중 교각 받침대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에 의해 폭파됐다. 사진 출처 SBU

3일 러시아 본토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의 수중 교각 받침대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에 의해 폭파됐다. 사진 출처 SBU
“‘점령자(러시아)’에게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죽음’이다.”

우크라이나가 3일 러시아 본토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의 수중 교각 받침대 일부를 TNT 폭탄으로 제거했다. 무인기(드론)를 대거 러시아 본토로 밀반입시켜 러시아의 공군기지 5곳을 타격한 ‘거미줄 작전’을 실시한 지 이틀 만이다. 최근 전황에서 러시아에 크게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 온 우크라이나가 두 작전을 통해 러시아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두 작전을 주도한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바실 말류크 국장(42·사진)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SBU는 우크라이나가 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 설립된 보안 기관으로, 소련의 정보 조직 KGB에 빗대 ‘우크라이나판 KGB’로 불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3년 2월 말류크 국장을 SBU 수장으로 발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장기화되며 최근 올렉시 레즈니코우 전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말류크 국장에게만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8일 그에게 최고 훈장과 ‘영웅’ 칭호도 수여했다.


말류크 국장은 취임 직후부터 “점령자에게 죽음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하며 러시아와의 결사 항전을 예고했다. 그는 1983년 중부 소도시 코로스티시우에서 태어났다. 18세 때인 2001년부터 SBU 현장 요원으로 활동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부터 러시아 함대에 대한 드론 공습 등 주요 작전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크림대교 공격은 벌써 세 번째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10월, 2023년 7월에도 크림대교를 공습했지만 완전히 파괴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에도 교각 파괴로 한때 통행이 중단됐지만 곧 재개됐다.

우크라이나가 크림대교 공격에 적극적인 건 이 다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존심’으로 불릴 만큼 푸틴 정권과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합병과 이 다리의 개통을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2018년 개통 땐 직접 트럭을 몰고 다리를 건너기도 했다.

SBU는 1일 무인기(드론)로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5곳을 타격하는 ‘거미줄 작전’도 수행했다. 당시 공격으로 러시아 군용기가 불타는 모습. 사진 출처 SBU

SBU는 1일 무인기(드론)로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5곳을 타격하는 ‘거미줄 작전’도 수행했다. 당시 공격으로 러시아 군용기가 불타는 모습. 사진 출처 SBU
한편 로이터통신은 미국 민간 위성기업 ‘카펠라스페이스’ 등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거미줄 작전 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주의 벨라야 공군기지 등 최소 두 곳의 공군기지에서 전략폭격기 다수가 파괴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게 확인됐다고 3일 보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조기경보기 A-50 2대도 파손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A-50은 7대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거미줄 작전에 사용된 드론은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오사’다. 오사는 우크라이나어로 ‘말벌’을 의미하며 대당 가격은 2000달러(약 270만 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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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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