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영국이 냉전 이래 최대인 15억 파운드(약 2조 8000억원) 규모의 방위산업 투자를 예고했다. 러시아 위협에 맞서기 위해 국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스타머 총리는 이미 올 초부터 국방비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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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간) 웨스트미들랜즈의 한 자동차 공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일(현지시간) 영국 더선에 기고한 글에서 “전쟁수행 준비 태세를 복원하는 것을 군의 핵심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에서 전쟁, 새로운 핵 위험과 같은 위험은 더는 비밀이 아니다”라며 “크렘린(러시아)은 그 패거리인 이란, 북한과 협력하고 있으며 우리는 일상적 사이버 공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기고문은 오는 2일로 예정된 ‘전략적 방위 재검토’(Strategic Defence Review) 보고서를 하루 앞두고 보도됐다. 스타머 총리는 “이 보고서가 향후 수십년간 우리의 역량과 안보를 위한 청사진이 될 것”이라며 핵심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15억 파운드(약 2조 8천억원)를 신규 투입해 영국 전역에 최소 6개의 군수공장을 신설하고, 국산 장거리 무기 7천대 가량을 신규 조달하는 게 골자다.
조선·드론·사이버 방어와 관련한 투자도 병행한다. 스타머 총리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분쟁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에 대비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통합되고 준비됐으며 치명적인 전투력에 투자해 영국을 본래 자리인 방위 부문 및 나토 내 리더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앞서 지난 2월에는 영국 국방비를 늘리겠다고 한 바 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2.3% 수준인 영국의 국방비 규모를 2027년 2.5%, 2029년에는 3%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3월 자국 방산기업의 미국 매각에 제동을 걸 태세를 보이기도 했다. 스타머 총리는 당시 자국 방산 기업 켐링이 미국 사모펀드에 매각될 수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영국 기업으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켐링은 항공우주·방위산업 기업으로 유도 미사일부터 전투기 방어용 교란장비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무기를 공급해 왔다. 영국 정부는 자국의 국가 안보를 이유로 방위 업체 매각을 차단할 권한이 있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해 7월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어 총리에 오른 인물로, 1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권 변호사 및 검찰청장 출신인 스타머는 강경 좌파 정치인인 제러미 코빈의 뒤를 이어 5년 전 노동당 당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