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이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의 루카 데 메오 최고경영자(CEO·58)를 새 CEO로 영입한다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실적 부진을 겪는 케링그룹이 반등을 꾀하기 위해 내놓은 인사 전략이다.
이날 케링의 주가는 약 12% 급등했다. 이는 2008년 11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률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반면 르노의 주가는 약 8% 급락하며 2022년 2월 이후 최대 일일 하락률을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이탈리아 출신의 데 메오 CEO는 프랑스 억만장자 피노 가문이 지배하는 케링을 이끄는 첫 외부 인사가 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데 메오 CEO는 오는 9월 15일 취임할 예정이다.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외부 인사 영입이라는 과감한 조치가 케링이 직면한 도전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케링은 핵심 브랜드인 구찌의 실적 부진으로 수년째 경영난을 겪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케링은 매출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고, 부채 규모가 100억 유로 이상으로 커져 신용등급 추가 강등 위험에 노출됐다.
케링그룹 산하에는 구찌, 생로랑, 발렌시아가 등이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줄어든 38억8300만유로였다. 그룹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구찌 매출이 24% 급감한 15억7100만유로에 그쳤다. 생로랑 매출도 8% 줄어든 6억7900만유로를 기록했다. 주가도 지난 3년간 약 70% 하락해 시가총액이 210억유로로 감소했다.
CEO직에서 물러나는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은 지난 몇 년간 그룹의 성과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새로운 조직과 관점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데 메오 CEO에 대해 "국제적인 상장 기업을 이끌어 온 그의 경험과 브랜드에 대한 예리한 이해, 강하고 존중하는 기업 문화에 대한 감각은 그가 제가 찾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리더라는 확신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회사 위기 상황에 대해선 "소방관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데 메오 CEO의 갑작스러운 케링행이 르노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데 메오 CEO는 2020년 취임 후 르노의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르노의 주가는 지난 5년간 약 90% 상승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