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이라는 예술 환경[정성갑의 공간의 재발견]

1 week ago 19

멕시코 작가 가브리엘 오로즈코와 함께 조성한 리움미술관의 정원. 정성갑 대표 제공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 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 다녀왔다. 올해 4월부터 리움미술관 야외 데크는 멕시코 출신 작가 가브리엘 오로즈코의 정원으로 바뀌었다. 2005년부터 이곳에 차례로 자리했던 아니시 카푸어의 ‘큰 나무와 눈’, 루이스 부르주아의 ‘엄마’가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관람객의 고개를 들어 올려보게 했다면, 오로즈코의 정원은 도심 속 호젓한 쉼터가 되어 사람들을 천천히 걷거나 멈춰서게 했다. 아티스트의 정원은 유독 아름다웠다. 왜 그런지 알 듯 모를 듯 신비로운 느낌이라 더 기억에 남았다. 약 1650㎡의 데크에 꾸려진 정원. 조화와 디테일이 뛰어나 ‘정원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훅 안기는 듯했다. 조각이나 설치미술을 감상할 때면 나와 작품 사이에 알 듯 모들 듯한 통로가 만들어진다. 오로즈코의 정원에서는 그런 길 자체가 사라진 채 거대하고 부드러운 원만 얇은 돔처럼 주변을 감싸는 것 같았다. 정원 너머로는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M2 건물의 외벽이 보였는데, 그 위에 놓인 텍스트 역시 녹색이라 정원과의 조화가 산뜻했다. ‘NEAR & FAR & EQUAL MEASURE AT SOME POINT(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한데 어느 시점에서는 같은 크기).’ 미국 개념미술가 로런스 위너의 작품이다. 오로즈코의 정원에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핵심 콘셉트는 세한삼우(歲寒三友).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대나무와 소나무, 매화나무를 일컫는 말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오로즈코는 소나무 17주, 매화나무 11주, 대나무 1500주를 심었다. 도톰한 공처럼 만든 10개의 작은 동산은 원의 파동처럼 이어진다. 작은 초화와 지피류 심어놓은 나무 밑 풍경이 특히 아름다웠다. 찔레나무, 물매화, 백당나무, 설유화 아래 또 하나의 세계다. 수많은 원이 물결치듯 흘러가는 바닥도 꼭 봐야 한다. 충남 보령시에서 채석한 보령석을 원 모양에 맞춰 잘라 시공했는데, 바닥에 떨어진 물방울의 파문이 저 끝까지 이어지는 듯하다. 쉼터 역할을 하는 벤치 역시 보령석으로 만들었다. ‘원의 세상’에 들어간 작품답게 테두리가 완만한 호를 그린다. 원을 자신의 상징 언어로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방향성이 없는 자유에 끌린다.” 정원의 시간과 계절에는 분명 방향성이 있겠지만,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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