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호반그룹이 한진칼(180640)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반 측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다는 입장이지만, 최대주주인 조원태 회장과의 지분 격차가 1.5%포인트로 좁혀진 만큼 분쟁 가능성은 열려있다. 호반그룹은 앞선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도 큰 차익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진칼 주가가 급등락을 보이는 상황에서 추가 지분 확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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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반과 호반호텔앤리조트는 한진칼 지분을 각각 0.05%, 0.96% 장내매수했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기존 호반건설과 호반호텔앤리조트가 보유하던 지분에 더해 호반그룹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8.46%로 늘어났다. 조원태 회장 측 지분(19.96%)과 호반 측의 지분 격차는 기존 2.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줄어들게 됐다.
호반, 2024년부터 84회 걸쳐 ‘물밑 매수’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 매입을 처음 시작한 건 지난 2022년 3월이다. 당시 조 회장의 승리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준비하던 KCGI 지분 13.97%(940만주)를 호반건설과 호반이 사들였다. 매수금액은 총 5640억원으로 주당 6만원 수준이다. 이후 추가 장내 매수와 콜옵션 행사를 거쳐 호반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7.43%로 늘어나 2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호반그룹은 누구의 백기사도 아닌 중립을 선언했다. KCGI로부터 지분을 확보한 만큼 조 회장의 백기사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호반 측의 공식 입장은 ‘단순투자’였다. 실제 호반그룹은 매매를 반복하다 같은해 12월 지분을 11.50%까지 낮추며 지분 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호반이 KCGI 지분을 사들인 이후 한진칼 주가가 3만원대까지 미끄러진 만큼 손실은 불가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잠잠했던 호반은 지난 2023년 11월 한진칼 지분을 17.44%로 끌어올리며 재차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엔 호반건설, 호반에 더해 호반호텔앤리조트까지 자금을 보탰다. 이후 2024년 3월부터 한진칼 지분을 장내매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사들였고, 지난 12일 공시일까지 총 84회에 걸쳐 한진칼 지분을 끌어올렸다. 이 기간 장내매도는 없었다. 결국 호반은 조 회장과의 지분 격차를 1.5%포인트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백기사 지분 매도?…산은 매도 가능성 낮아
한진그룹은 오너 일가가 비슷한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형태라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현재 조원태 회장의 개인 지분은 5.78%에 불과하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19.96%엔 조현민 사장(5.73%),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2.09%), 정석인하학원(1.90%), 정석물류학술재단(0.95%), 일우재단(0.14%), 대한항공사우회(1.09%) 지분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델타항공(14.9%), 산업은행(10.6%)까지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델타항공은 2018년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조 회장 편에 섰고, 산은은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을 위해 한진칼이 진행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6%를 사들이며 경영권 분쟁 종식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실제 산은은 당시 매입한 지분의 보호예수가 2021년 12월 종료된 후에도 해당 지분을 매도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산은 측 지분이 호반에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산은과 조 회장, 한진칼은 2020년 지분 매매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전제로 한 투자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서에 따라 조 회장은 보유 지분 5.82%를 산은에 담보로 제공했고, 일부 지분 매각 권한도 산은에 넘겼다. 이를 통해 산은을 조 회장 측의 확실한 백기사로 보는게 적절하다는 평가다.
2연상 후 급락…호반, 추가 매입 나서나
한편 한진칼 주가는 지난 13일과 14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뒤 이날 KRX 정규장에서 전일대비 17.00%(2만5600원) 급락한 12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호반 측이 2024년 3월부터 지난 12일까지 84회에 걸쳐 사들인 평균 주가는 주당 7만787원으로, 급락한 이날 종가 기준으로도 이미 76%가 넘는 수익률이 기대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은 2022년 한진칼 주식 매입 이후 뚜렷한 차익을 보지 못했다. 이번 매입으로 한진칼 주가가 한차례 요동친 만큼 차익만 먹고 떠난다고 해도 손해보는 장사를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