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026890)가 조(兆) 단위 대형 딜에 연달아 참전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빠지면서 썰렁해진 대형 인수합병(M&A) 시장에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최근 SK실트론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며 한앤컴퍼니와 사실상 2파전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최대주주 SK㈜는 SK실트론 매각과 관련해 빅4 사모펀드(MBK·한앤코·IMM PE·스틱)과 모두 접촉했으나,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MBK파트너스가 불참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다. SK그룹 딜인 만큼 한앤컴퍼니가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지만, 스틱 역시 존재감 면에선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국내 유일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최대 5조원까지 거론된다. 올해 M&A 시장에 등장한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난해 연간 매출 2조1268억원, 영업이익 3155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22년 이후 3년째 2조원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일본 신에스(31.7%), 섬코(20.9%)에 이어 점유율 3위를 기록 중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최근 SK에코플랜트의 환경부문 자회사, HS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 스틸코드 부문 매각 등에도 참여했다. 각각 2조원대, 1조원대 딜로 대어급 딜에 속한다. 스틱인베는 SK에코플랜트 환경 자회사 예비입찰에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함께 출사표를 던졌고, HS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 스틸코드 매각전에선 국내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함께 적격예비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됐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국내 4대 대형 사모펀드 중 하나지만 최근 수년간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Buyout) 보다는 그로쓰캐피탈(성장형 투자)에 주력해왔다. 바이아웃 포트폴리오도 조단위 빅딜보다는 수천억원대 중형급 투자가 주를 이뤘다. 지난해 1조3000억원 규모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에도 IMM PE와 컨소시엄을 이뤄 참전하는 형태였다.
실제 스틱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자체 자금 여력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2023년 2조원 규모로 결성한 ‘스틱오퍼튜니티3호’ 중 지난해 녹수(4500억원), 캑터스PE와 함께한 티맥스데이터(3600억원) 인수하며 8000억원 가량을 이미 소진했다. 2~3조원대 대형 딜에 참여하려면 조단위 인수금융을 일으키거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럼에도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행보를 두고 바이아웃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틱인베는 올해 새 수장으로 리스크관리전략 총괄 출신인 강신우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이후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을 경영전문위원으로 선임하는 등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도 나서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스틱은 그간 그로쓰캐피탈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자산 운용과 성과를 내면서도 중형급 바이아웃을 꾸준히 진행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며 “국내 1세대 사모펀드로서 올해는 더 공격적으로 바이아웃 투자에 나서고자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