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이 불러온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이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제품값 인상으로 대응에 나섰고 중소 전자업체들은 급등한 부품값을 감당하지 못해 생존 위기에 몰리고 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AI 붐이 촉발한 메모리 공급 대란이 글로벌 소비자 전자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격 인상에 먼저 나선 곳은 애플이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분기 실적 발표 다음 날인 지난 25일 애플은 맥 컴퓨터와 아이패드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맥북에어는 200달러(한화 약 30만7000원) 올랐다. 맥북프로는 300달(약 46만원) 인상됐다. 전체 가격 인상률은 15~25%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같은 날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 시리즈S 가격을 100달러 올렸다. 인상 뒤 가격은 약 500달러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격 인상 배경에 대해 "콘솔의 저장·메모리 가격이 2.5배 이상 올랐으며 2027년 가을까지 추가로 2배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애플 주가는 가격 인상 당일 6% 급락했다. 시가총액 약 2650억달러, 약 407조원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전자제품 업체들이 비용 부담에 시달리는 사이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은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마이크론의 이번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배 급증했다. 매출총이익률은 39%에서 85%로 뛰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D램 평균판매가격도 1년 전보다 260% 치솟았다. 마이크론 주가는 1년 새 800% 급등했다.
다만 마이크론은 이번 공급난의 책임을 자신들에게만 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22~2023년 메모리 업황이 꺾였던 시기 고객사들이 가격 인하를 강하게 요구했고 그 결과 업계 투자가 줄면서 지금의 공급 부족이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애플의 가격 인상 직후 WSJ 인터뷰에서 "당시 가격을 극단적으로 깎으려 했던 일부 고객사에 '이런 접근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직접 말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2023년 가격과 마진이 너무 나빠 업계 투자 상당 부분이 중단됐고 이것이 현재의 공급 부족을 야기했다"고 했다. 애플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애플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소 전자업체들이다. 대형 기업은 가격을 올려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지만 중소 업체는 그럴 여력이 크지 않다. 부품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나빌라 포팔 IDC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공급사들은 대형 고객 전화만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100달러 이하 기기를 만드는 중소 제조사들에 현 상황은 "절대적인 실존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액션 카메라 제조사 고프로는 직격탄을 맞았다. 1분기 말 메모리 비용이 80~115% 급등하자 이달 폐업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스피커 제조사 소노스도 흔들리고 있다. 소노스 주가는 올해 23% 하락했다.
통신장비 업체 W5테크놀로지스도 비용 부담을 호소했다. 일레인 퍼거슨 공동 창업자는 2020년 5373달러였던 서버 가격이 현재 1만5000달러(약 23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납기도 기약이 없다"고 했다.
소형 라우터 스타트업 모노테크놀로지스도 생산 차질에 직면했다. 토마주 자만 공동 창업자는 마이크론산 D램 8기가바이트 가격이 개발 당시 35달러에서 현재 300달러(약 46만원)으로 8배 넘게 올랐다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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