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뒤 드는 ‘어른 되기’에 대한 생각[2030세상/배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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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명절이 그저 좋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어른들로부터 용돈도 받고 학교나 회사에 가지 않고 쉬며 놀 수 있으니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30대 중반이 되고 보니 명절에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명절 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유독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각자 회사에서 받았을 것 같은 선물세트를 손에 들고 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거꾸로 선물세트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하면 ‘이제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실감하기도 한다. 사실 도배사들은 명절 선물 받을 일이 별로 없다. 특정 회사나 조직에 속하지 않고 일당을 받으며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장에서 주는 선물이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게 처음 도배를 가르쳐주신 현장 도배 소장님은 늘 함께 작업하는 도배사들에게 과일박스를 명절 선물로 주곤 하셨다. 어느 명절엔가는 작업자들이 많아 무려 70개의 과일박스를 트럭에 싣고 와서 나눠 주기도 하셨다. 명절을 앞두고 빈손으로 집에 가지 않게 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나 또한 나중에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팀원들과 함께 내 사업을 운영하게 된 지금, 명절을 챙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도배 작업과 현장 인력 배치, 자재 구입, 인건비 정산 등 평소 하는 일만으로도 정신없고 바쁜 와중에 어떤 선물을 언제 준비해서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지난 설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쪼개고 쪼개 과일 선물세트를 구매해 전달했는데, 일에 치여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올 추석에는 결국 팀원들 손에 선물을 쥐여주지 못하고 모바일 상품권으로 대신했다. 나는 왜 사람들이 명절 즈음에 손에 선물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유별나게 인상 깊게 느끼고, 선물을 챙겨주기 위해 나름 노력하는 걸까. 비록 사소해 보이고 소박한 것일지라도 명절 선물을, 마치 사회에서 한 구성원이자 어른으로서 그 몫을 하고 있다는 상징으로 느끼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직장에서 명절 선물을 받으시는 게 당연한 일이어서 그저 기대되고 좋기만 했다면, 지금은 그게 어딘가에서 열심히 책임을 다해 일해 온 대가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어떤 직업이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하건,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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