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불공정성 지적하니 갈라치기 비난만
“싸가지 없다” 들었던 유시민 초선 때보다
중위연령 13세나 높아져 현실 불리하지만
기성정치 비판하는 청년은 계속 등장할 것
지금 계산대로면 2064년에 연금이 고갈된다. 지금 25세인 청년이 막 연금을 받기 시작할 즈음이다. 40년간 연금보험료를 착실히 납부했는데, 막상 연금을 받을 나이가 되어 나라에서 줄 수 있는 돈이 한 푼도 없다 하면 누구라도 기가 막히지 않겠는가?
그때가 되면 그해 납부받은 연금보험료로 그해 연금을 지급하면 된다는 말도 들린다. 가능하지 않다. 2065년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1850만 명으로 예측된다. 25∼64세 인구는 1600만 명에 불과하다. 그들 중 80%가 직업을 가진다고 해도 약 1300만 명의 청장년이 1850만 명의 노년에게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노년 1명이 받는 연금액이 100만 원이라 하면 청장년 1명이 내야 하는 돈은 140만 원이 넘는다. 당신 월급에서 매달 140만 원이 연금보험료로 빠져나간다면 당신은 견딜 수 있겠는가?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지금의 45∼60세는 지난 20년간 연금 개정을 미루다가 그들이 연금을 받을 나이에 가까워지자 보험료와 지급액을 모두 올렸다. 과연 갈라치기를 하는 게 누구란 말인가?이준석의 토론을 보며 젊은 날의 유시민이 떠올랐다. 유시민이 어느 특강에서 “65세가 넘으면 때려죽여도 책임 있는 자리에 가지 말자”라고 말한 것이 2004년, 그의 나이 45세 때의 일이다. 기성세대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의 정치 인생은 위협받지 않았다. 당시 65세 이상 인구는 전 국민의 8.6%에 불과했지만, 유시민에게 열광한 19∼34세 인구는 27%나 됐다.
젊은 날의 유시민에 비해 지금의 이준석은 많이 불리하다. 우리는 65세 이상 인구가 19∼34세 인구보다 많은 시대를 살고 있다. 게다가 둘로 갈라진 정치 진영의 한쪽 편에 선 유시민과 달리 이준석은 양대 진영 모두에서 미움을 받고 있다.
2003년 초선 의원 유시민이 넥타이를 매지 않고 국회 단상에 올랐을 때 의원석에서 난리가 났다. 당시 대한민국의 중위연령은 34세였다. 유시민은 그보다 열 살이나 많았지만, 나이 든 의원들 눈에는 ‘싸가지 없는 어린놈’으로 보였다. 나는 그런 유시민이 좋았고, 그를 응원했다. 2025년 대한민국의 중위연령은 47세다. 그보다 일곱 살이나 어린 이준석이 거대 양당에 맞서며 청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거대 양당에 이준석 또래의 국회의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준석만큼 분명하게 당의 권력자 혹은 당의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20년 전에 유시민을 응원했듯, 지금은 이준석을 응원한다. 유시민과 그 연배의 정치인들이 ‘싸가지 없음’을 포기하지 않고 꺾이지 않았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가능했다고 나는 믿는다. 지금의 유시민은 지지하지 않는다. 65세가 된 유시민은, 젊은 유시민이 맹렬히 비난하던 바로 그 모습을 하고 있다.이준석에게도 고쳐야 할 점이 여럿 있을 것이다. 그와 그의 지지자들은 이견과 비판을 경청하고, 고민하고 토론하고, 실책을 고치고, 미래에 대한 설계를 구체화해 가며 성장해야 한다. 성장을 멈추면 그도 유시민이 된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기성 정치의 폐해를 싸가지 없이 비판하는 제2, 제3의 이준석은 또 등장할 것이다. 나는 과거의 유시민, 지금의 이준석을 응원하듯 그들을 응원할 것이다.
이준석 의원을 제명하라는 국민 청원이 57만 명을 넘었다. 이준석보다 훨씬 문제가 많은 거대 양당의 정치인들이 아니라 이준석에게 그런 폭력이 가해진다는 것이 그의 외로운 처지,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세대의 힘없는 처지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 지금의 이준석과 제2, 제3의 이준석, 그리고 그들과 미래를 함께할 청년들을 더 힘껏 응원한다.
지지 말고 꺾이지 말고 구부러지지 마라. 너희를 위협하는 아름드리나무들은 이미 병들었고 시들기 시작했다. 이 숲에서 그들을 뚫고 더 울창하게 자라라. 우리가 늙고 지쳐 햇빛보다 그늘이 필요할 때, 너희에게 한 뼘 햇빛을 양보하려 하지 않던 우리에게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다오.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가장 총명하고 건강하게 자란 세대여.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