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흘림기둥 옆에 서서 세파를 견딜 힘을 얻다[여행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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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를 걷다 경북 영주시 부석사 무량수전 앞뜰에 서면 남쪽 소백산맥 능선 뒤의 능선 또 능선 뒤의 능선이 아득하게 펼쳐지는 광경을 바라볼 수 있다. “내일과 내일과 내일이 매일처럼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답답한 걸음으로 기어 오누나. 우리의 수많은 어제는 바보들을 티끌 같은 죽음길로 데리고 갔다. 꺼져라, 꺼져라. 짧은 촛불아. 인생은 그림자놀이, 한동안 무대에서 우쭐대고 안달하다 다시는 소식 없는 불쌍한 광대.”(맥베스 ‘셰익스피어 전집’, 이상섭 번역, 문학과지성사, 2016) 맥베스의 절규가 아니더라도 가을엔 삶의 덧없음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룬 것은 무엇인지, 여전히 집착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에 남은 것은 무엇인지.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걸 알지만 그 깨달음의 길은 안갯속이다. 한 점 따스한 위안의 길을 찾아 이달 중순 경북 영주로 떠났다.● 광명의 길… 부석사 이른 아침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路) 주차장에서 부석사(浮石寺)로 향하는 길은 고즈넉했다. ‘태백산부석사’ 현판을 단 일주문을 지나니 사과나무 과수원이 보이다가 노르스름 은행나무와 불그스름 단풍나무 등이 양쪽으로 어우러진 오솔길이 나온다. 걷다가 숨을 한번 가다듬어야지 생각할 즈음 왼쪽 숲 작은 터에 높이 4m 넘는 당간지주가 보인다. 언뜻 보면 시멘트 기둥 같은데 큰 돌에서 깎아냈다. 통일신라 시대 것이다. 그 몇십 m 앞 스무 계단 위가 천왕문이다. 이 천왕문 자리가 원래 일주문 터였다고 하니 세속과 산문의 경계가 여기다. 날렵하면서도 여유로운 자태의 무량수전. 앞 석등도 국보다. 천왕문부터 본당 무량수전(無量壽殿)까지 가려면 여덟 개의 석축(石築)을 올라야 한다. 낮은 것은 80cm, 높은 것은 5.7m나 된다. 13세기 초반 중창한 것으로 추정하는 무량수전과 14세기 중반 것인 조사당(祖師堂)을 제외하면 부석사 대부분 전각은 조선 후기에 만들었다. 676년 신라 의상(義湘)대사가 창건한 이래 가장 오래된 구조물은 석축들이다. 아직 초입일 뿐인데 제주도 출신 중년 여성 두 명이 천왕문에서 회전문(廻轉門) 터로 향하는 경사진 계단을 네 발로 오른다. 티베트 밀교 순례자의 오체투지를 연상시킨다. 천왕문부터 범종각(梵鐘閣)을 지나 예전 법당 터까지는 거의 일직선상에 있다. 그런데 무량수전과 그 앞 2층 누각 안양문(安養門)은 이 축에서 서쪽으로 20도쯤 틀어져 있다. 왜 그랬는지 여러 설이 있지만, 본존인 아미타여래를 만나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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