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트럼프 대통령 위협에 언론은 팩트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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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WP 편집국장 지낸 저자 정치 권력의 압박에 굴복 않아 ◇정치는 어떻게 뉴스를 위협하는가/마틴 배런 지음·전미영 옮김/732쪽·3만2000원·위즈덤하우스 2017년 6월 15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편집국장이었던 저자는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백악관을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리에 막 앉으려던 그 순간, WP는 특종 하나를 보도했다. “Special counsel is investigating Jared Kushner’s business dealings(특별검사가 재러드 쿠슈너의 사업 거래를 조사하고 있다).” 2016년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가 러시아와 사업을 전개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기사였다. 트럼프 측근인 호프 힉스 언론 담당 비서관은 해당 기사를 쿠슈너에게 건네며 읊조렸다. “대단히 셰익스피어풍이군요. ‘적’과의 만찬이라니.” 2013∼2021년 WP 편집국장을 지낸 저자가 정치권력이 뉴스를 자기 뜻대로 주무르려는 과정을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2001년 ‘보스턴글로브’ 편집국장 재직 당시 가톨릭교회의 조직적 아동 성추행 혐의에 관해 보도해 퓰리처상을 받은 언론인이기도 하다. 이 과정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불리한 뉴스를 전하는 매체를 ‘국민의 적’으로 명명해 왔다. 그런 트럼프에게 맞서 결정적인 사건들을 보도하는 와중에, 이면에서 벌어지는 압력과 치열한 판단들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그날의 만찬 자리에서도 트럼프의 가장 큰 불만은 언론이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WP가) 자신을 부당하게 다룬다”며 왼쪽 팔꿈치로 저자의 어깨를 쿡쿡 찔러댔다. 그리고 그로부터 열흘가량 지나 저자는 트럼프의 전화를 받았다. ‘러시아 스캔들’과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WP 보도를 본 트럼프는 “정말 잘못됐다”며 열불을 토했다고 한다. 이어 저자에게 “나를 대신해 그자들이 몹시 비양심적인 기자들이라고 전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트럼프의 압박은 편집국장에게 불만을 드러내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 ‘X’(옛 트위터)를 통해 기자들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고, 발행인을 통해 기사 방향을 바꾸려 했다. 나아가 그해 12월 트럼프는 미 연방우정국에 아마존의 배송 요금을 대폭 인상하라고 요구하는 등 사주에게까지 압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저자는 이 시기를 거치며 “처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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