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받을 때 못해도 7만~10만원은 깨지니까요. 유튜브만 보면 셀프도 충분하더라고요."
3년 전까지만 해도 매달 네일샵을 찾는 열성 소비자였던 직장인 한모 씨(28)는 "이젠 굳이 비싼 돈 주고 샵 갈 필요가 없다"며 "큐빅 파츠가 반짝이는 고급 젤네일은 출근 룩의 마지막 퍼즐처럼 여겨졌는데, 요즘은 인터넷과 오프라인 등에서 5000원 미만으로 구입한 셀프 젤네일 키트를 이용해 집에서 직접 손톱을 꾸민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침체 속에 뷰티 소비 전반이 위축되면서 네일아트 업계가 위축되고 있다.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셀프네일'로 돌아서면서, 미용업 전반의 폐업률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네일숍 '반토막'…15년 베테랑도 "코로나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기자가 17일 서울 구로구의 네일샵 밀집 상권을 직접 찾아가 본 결과, 과거 '호황기'로 불리던 분위기는 보기 어려웠다. 일부는 불 꺼진 채 빈 곳으로 남았다. 30여 곳의 네일샵 가운데 손님이 있는 곳은 드물었고, 대부분 1~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15년 경력의 네일 아티스트 박모 씨(45)는 "예전에는 한 달에 600~700만 원씩 벌기도 했는데, 지금은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서 매출도 반토막 났다"며 "코로나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해부터 경기가 확 꺾이면서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13년간 가게를 운영한 서모 씨(36)도 "여기 상권 전체적으로 네일샵이 반 이상 줄었다"며 "예전엔 직원도 여럿 두고 운영했지만, 요즘은 거의 다 1~2인 샵이 됐다. 대세가 그렇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지방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에서 폐업한 미용업 점포는 총 1만3284곳에 달했다. 이는 전년(1만2621곳) 대비 5.25% 늘어난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이번 달 10일 기준, 이미 5332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여기서 말하는 '미용업'은 헤어, 메이크업, 피부미용, 네일아트 등을 포함하는 업종이다. 즉, 전반적인 뷰티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네일업계의 경우, 소비자들의 셀프 전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고 있어 폐업 점포의 상당수가 네일아트업일 것으로 추정된다.
◆"1년에 200만 원 아꼈어요"…MZ세대 중심 셀프네일 열풍
다이소에서 만난 대학생 오모 씨(25)도 최근 3년간 다니던 네일샵을 끊고 '셀프족'으로 전환했다. 그는 "1년에 100만원 이상 나가던 네일비가 확 줄었다"며 "요즘엔 다이소나 테무(Temu)에서 필요한 건 거의 다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이소에서는 젤네일 램프, 탑젤, 네일팁, 파츠 등 다양한 셀프 네일 제품이 1000~5000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글로벌 쇼핑 플랫폼 테무에서도 매니큐어 도구 세트, 젤 도구, 네일 파츠 등을 590원부터 구매할 수 있다.
셀프 네일 콘텐츠도 활발하다. 유튜브에는 '셀프 젤네일', '초보 셀프네일' 관련 영상이 몇천~몇백만회 이상 재생되며 인기몰이 중이다.
유튜브 채널 '넬코'의 '다이소 셀프 젤네일' 영상은 조회수 7237만회, 좋아요 235만 개를 기록 중이다. 댓글 창에는 "손이 둔해서 처음엔 어려웠는데 영상 보고 연습하니 예쁘게 잘 된다", "요즘 저렴한 제품들도 은근히 퀄리티가 좋아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해시태그도 이를 방증한다. 인스타그램에 등록된 셀프네일 관련 게시물은 243만 건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경제적 여유가 줄어들고, 코로나 이후 셀프 시술 경험이 늘면서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 재미와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성향이 확산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네일아트 업소의 폐업률이 증가하고 장사가 잘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며 "자유 재량적 소비할 여력이 줄어든 데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DIY(셀프 시술)에 대한 수요가 함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셀프로 무언가를 해보는 경험치가 높아졌고, 단순히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하면서 힐링을 느끼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이제는 본인이 직접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효율성과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재미와 경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