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알아보는 눈[서광원의 자연과 삶]〈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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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자기 운명과 싸우는 주인공은 강력한 흡인력이 있다. 3시간 가까이 주인공과 관객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영화 ‘오디세이’를 보며 든 생각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현대의 영웅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아는 듯하다. 영화를 본 뒤에도 머릿속을 맴도는 몇몇 단어가 있는데, ‘알아보다’도 그중 하나다. 트로이는 목마의 정체를 알아보지 못해 망했고,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은 마녀 키르케의 실체를 알아보지 못해 남은 생을 돼지로 살 뻔했다. 왕비 페넬로페를 괴롭힌 구혼자들 역시 거지 행색만 보고 오디세우스를 알아보지 못해 불행을 자초했다. 반면 오디세우스는 마녀를 알아본 덕분에 자신은 물론이고 부하들까지 구할 수 있었고, 부하들의 마음을 읽은 덕분에 최소한의 희생으로 소용돌이를 피할 수 있었다. 오디세우스의 유모는 흉터를 보고 그가 돌아왔다는 걸 일찌감치 알아봤고, 죽어가던 늙은 개 아르고스는 강력한 후각으로 주인이 돌아온 걸 알고 저세상으로 갈 수 있었다. 드러난 것이 아닌 그 뒤에 있는 진짜, 본질을 알아보는 것과 그러지 못하는 것의 차이는 이렇듯 크다. 이 세상 생명체들이 다들 자기만의 주특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누구보다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알아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늙은 개 아르고스의 ‘사촌’인 늑대들은 쫓던 사슴이 숲속에 남긴 털 한 가닥으로 언제쯤, 어떤 상태로,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알 수 있다. 2, 3km 너머에 있는 사냥감도 알아본다. 서울 광화문에서 신촌이나 충무로의 맛집에서 나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셈이다. 바다의 포식자 상어 역시 서울 여의도 넓이의 바다에 떨어진 피 한 방울로 먹잇감을 감지한다. 이런 능력이 있으니 4억 년을 살아온 것이다. 오래전 한 작곡가가 전 직장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한 무명 가수의 연습용 테이프를 들었다. 목소리가 귀에 확 꽂혔다. 그런데 그 회사에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키워보겠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했다. 그렇게 발굴한 가수가 트로트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주현미 씨다. KBS 1TV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박성훈 씨의 경험담이다. 진가를 알아보는 눈은 이렇게 중요하다. 이런 눈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일본의 한 연구팀이 몇 년 전 대학 실험실에서 대학원생의 연구 참여 형태와 졸업 후 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적이 있다. 이공계 실험실에서는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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