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금융 공약인 100조원 ‘국민펀드’ 구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기업·정부·연기금 등 모든 경제주체가 참여하는 국민펀드를 조성해 AI(인공지능)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코스피5000 시대’를 열기 위한 마중물로 국민펀드를 조성해 부동산에 쏠려 있는 시중 자금을 첨단 산업 투자에 흘러들어 가도록 선순환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도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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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 세션에 참석해 “AI 혁신에서 민간의 역할이 크다”며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과감한 세제 혜택과 규제혁신, 국민펀드 조성을 통해 국가 전반의 AI 대전환을 추진하고 아태지역 제1의 AI 허브 구축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국정기획위원회가 배포한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에도 금융 개혁의 하나로 AI 투자를 위한 국민펀드 구축 방안을 담았다.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정부와 민간이 함께 조성하는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자금을 국민펀드로 유입하면 자연스럽게 부동산 투기가 줄어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펀드는 정부 출연과 국민 투자가 결합한 형태다. 국민이 투자한 자금은 ‘자펀드’로 들어가고 ‘모펀드’는 정부 출연, 국책은행, 공적연금 등에서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펀드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정부의 수입이 발생하면 국민으로선 세금을 경감받을 수 있다. 투자 성공 시 지분 매각, 배당 수익도 가능하다.
아울러 부동산 쏠림 현상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은행 등 금융사에 추가 자본 규제 도입도 이뤄질 전망이다. 집값 상승과 늘어나는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꼽히는 과도한 레버리지(차입)를 억제하는 차원이다. 대표적으로 국정기획위는 부문별 경기 대응 완충 자본(SCCyB), 부문별 시스템 리스크 완충 자본(sSyRB) 도입을 거론했다.
경기 대응 완충 자본은 은행이 대출을 늘릴 때 그만큼 자본을 더 쌓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8년 가계부문 경기 대응 완충 자본 제도의 도입 방침을 밝혔으나 아직 도입하진 않았다. 주담대의 위험가중치 하한을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국내 은행의 주담대 평균 위험가중치는 약 15% 수준이다. 위험 가중치를 높이면 은행이 대출할 때 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은행의 대출 비용을 높여 공격적인 대출 영업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위는 위험가중치 하한을 25%로 올린 홍콩, 스웨덴의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다. 위험가중치 조정 시 신규 주담대 취급 분에 대해 적용할지 기존 대출에 적용할지는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위가 오는 19일 국정기획위에 하는 업무보고에도 이런 공약의 이행 계획을 고려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포함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는 내부에 가계부채 정책 콘트롤타워를 신설해 가계부채 급증세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연초 안정세를 보이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만 6조원이 증가하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 달부터 대출 한도를 줄이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막차 대출’ 수요가 크게 느는 데다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진보 진영이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심리도 일부 작용하고 있단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