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강하게 밀었던 ‘지분형 모기지’ 도입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새 정부의 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 해당 제도를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애초 올 하반기 시범사업 시행을 예고했지만 최근 가계대출 급증과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가 겹치며 물러서는 분위기다.
![]()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할 1차 업무보고에 지분형 모기지 관련 내용을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는 가계부채·금융소비자보호 등 긴급 현안 중심으로 보고하고 있다”며 “지분형 모기지는 시장 상황이 안정된 이후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분형 모기지는 무주택자가 주택을 살 때 정책금융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공동투자자로 참여해 주택 일부 지분을 사주는 제도다. 대출과 자기자본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청년층이나 서민에게 진입 문턱을 낮춰주는 구조로 금융위는 이를 통해 가계부채를 직접 늘리지 않고 실수요를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시장 기류가 급변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내달 시행할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 전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며 정책 효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맷값이 빠르게 반등하는 가운데 정부가 매입 자금을 보조해주는 지분형 모기지가 ‘추가 자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달 중 지분형 모기지 로드맵을 제시한 뒤 하반기 시범사업을 통해 자기자본 15%, 주금공 지분 50%, 대출 35% 구조로 운영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1억 5000만원의 자금만 있어도 10억 원짜리 주택을 살 수 있는 설계다. 그러나 시장 불안정성과 여당 내 비판 여론, 정책 집행 여건 악화가 맞물리며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재원 조달도 걸림돌이다. 주금공이 직접 지분을 매입하는 구조인 만큼 상당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정부 예산 외에도 채권 발행이나 정책금융기관 출자 등 다양한 방식을 두고 실무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올해 국가재정운용계획 기조가 ‘비재정 사업 축소’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으로 보인다.
지분형 모기지의 정책 효과를 둘러싼 평가도 여전히 엇갈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집값 상승 구간에서 손실을 떠안고 수요를 자극하는 구조는 정책 리스크가 크다”며 도입 유예를 주장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정책이 집값 상승기와 맞물리면 결과적으로 주택자산 가격만 떠받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경계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지분형 모기지는 당분간 정책 우선순위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매입 자금을 일부 지원하는 구조 자체가 소비자에게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신호로 비칠 수 있다”며 “이 제도가 자칫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는 역할로 전락하면 정책 명분도 흔들릴 것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