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손 안 대겠다"…이재명, 文 정책과 선 긋는 이유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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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규제 최소화 내세운 李·민주
20대 대선 부동산 정책에서 완전 후퇴
문재인 정부 정책과 차별화·반면교사
지지율 악영향 고려…리스크 최소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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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차기 정부에서 주택 공급은 늘리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일관되게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굳이 되풀이해 지지율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李·민주 "부동산, 손 안 대겠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캠프 정책본부장(당 정책위의장)은 16일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민주당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선 "특별히 손을 봐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진 본부장은 "앞으로 한 1~2년 후부터는 주택 부족 사태가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이다"라며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는 우려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주택 공급을 최대한 늘리는데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는 결이 다른 방향이다. 특히 30여 차례에 걸쳐 규제 중심의 정책을 펼치며 집값을 잡으려 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노선이 다르다.

이 후보도 지난 8일 오마이TV 인터뷰에서 "저는 사실 주거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라고 밝혔다. 당시 그는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 투기용이 아니어야 한다'고 얘기를 많이 했다. 이념적으로는 그렇다. 그 생각을 사실 강하게 가지고 있었고, 그에 기반한 주장도 많이 했었다"면서 "그런데 그게 지금 생각을 해보니까 그게 불가능하다. 그건 당위일 뿐이고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금융시장 특히 자본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국민들이 투자할 때가 없다. 오로지 부동산이다. 부동산은 그동안 불패 신화를 이뤄왔기 때문에 모두가 부동산에 투자했다"며 "'주거+투자' 두 가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걸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에 접근하는 걸 막을 길은 없다. 그걸 어거지로 하려다가 부작용이 많이 생겼다. 투자 수단으로 집을 사자는 게 아니고, '살아야겠다'고 하는 데는 충분한 주거를 공급해줘야 한다"며 "그래서 저희가 '굳이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거 말리지 말자', '굳이 세금 때려서 억누르고 이런 거 하지 말자', '그 시장은 놔두고 대신에 관여할 수 없거나 관심이 없으면서도 살만한 집을 구해야겠다는 것은 충분히 공급해주자'(고 하는 것이다). 청년 맞춤형 공공주택도 많이 공급하고, 예를 들면 임대지원, 월세 지원도 해주고 이런 정책들을 많이 할 필요는 있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난 2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했을 당시 "부동산 세금은 손댈 때마다 문제가 돼 가급적 손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국토보유세에 대해서는 "수용성이 너무 떨어진다. (대선 때도) 표 떨어지고 별로 도움이 안 됐다"며 철회 입장을 밝혔다. 그는 "책임감이 커져서 생각이 바뀐 면이 있다. 인생을 살면서 더 배운 면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문재인 정부 반면교사+지지율 악영향 고려

실제 이번 이 후보 캠프에는 과거 이 후보의 부동산 '기본 정책' 등을 기획한 상당수 인사들이 캠프에 합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의 기본주택, 국토보유세,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 등 정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이상경 가천대 도시계획조경학부 교수 모두 이번 이 후보 캠프에 관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보수적인 지향점을 가져가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큰 차이점이 없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 후보의 주거 공약에 대해 "과거 이 후보가 제시했던 기본주택·국토보유세 등 공공성 강화 기조에서 크게 후퇴한 모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겠다는 취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정권 초 지지율이 80%에 달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시장 혼란이 큰 영향을 미치며 지지율이 반토막 났고 이는 정권 재창출 실패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선거 기간이 촉박한 이번 대선 국면에서 굳이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할 만한 요인을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 민주당이 발표한 이 후보의 10대 공약에도 부동산 공급 방안이나 부동산 세금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실제 집권한다면, 향후 시장 흐름 및 정무적 판단에 따라 방향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아예 없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진 본부장도 "재건축을 통해 과도한 이익을 누리는 것은 사회 공공을 위해 일정하게는 환원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크게 완화됐다. 시행해 본 뒤에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해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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