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단속에 LA서 대규모 시위…주방위군 2000명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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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체포·추방 정책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최근 집중 단속지였던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2000명 투입을 명령했다고 백악관이 7일(현지시간) 밝혔다. 민주당 소속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과한 조치라며 비판에 나섰다.

불법 이민 단속 강화

시위에 불을 붙인 것은 전날 6일에 있었던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단속 때문이었다. 국토안보수사국(HSI)의 야스민 피츠 오키프 대변인은 6일 총 44명을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오키프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연방 요원들이 LA 내 3곳에서 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민자 권익 단체 CHIRLA의 앤젤리카 살라스는 “우리는 7곳에서 활동이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홈디포 주차장, 도넛 가게 등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수십 명의 시위대가 6일 저녁 LA 연방 구치소 앞에 모여 “그들을 풀어줘라. 여기 있게 하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밖에 ‘ICE는 LA에서 나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도 등장했고, 시위대는 확성기로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구치소 건물 외벽에 낙서를 남기기도 했다.

경찰은 여기에 대응해 방패로 입구를 막고, 최루탄을 투척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헬멧과 곤봉을 든 경찰은 일렬로 늘어서 천천히 전진하며 시위대를 후퇴시켰다.
이어 7일 낮에는 시내 대로에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다 연방 요원들과 충돌해 최루탄이 터졌고, 현장에서 최소 1명의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LA 남쪽 약 26㎞ 떨어진 패러마운트 시에서도 시위가 발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주도하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이날 X(옛 트위터)에 LA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 영상을 올리고 “미국의 법과 통치권에 대항하는 반란”이라고 비난했다.

한달 3000명 체포 목표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지난달 하순 ICE 회의에서 하루에 불법 이민자 3000명을 체포하도록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연간 100만 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하루 평균으로 나누면 약 2700명이다. 밀러 부비서실장의 지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현실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ICE 국장 토드 라이언스는 최근 비판에 대해 “하루 평균 약 1600명 체포 중”이라며 “위험한 범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100일간의 하루 평균 체포자 수(665명)와 비교한다 해도 2배가 넘는 규모다.

주방위군 투입

시위가 이어지자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2000명 투입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공개한 메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ICE 요원과 연방 공무원, 연방 재산 보호를 위해 병력을 임시로 배치할 것을 명령했다.
민주당 소속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연방 정부가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의 지휘권을 넘겨받아 로스앤젤레스에 2000명의 병력을 배치하는 이유는 법 집행력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보여주기식 연출이 목적”이라고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조지워싱턴대 로스쿨의 로라 딕킨슨 교수는 WSJ에 “대통령이 병력을 배치하는 데 어떤 법적 권한을 사용하는지 불분명하다”며 “만약 반란법을 발동하고자 한다면, 이에 대한 공식 선언문을 발표해야 하고, 이 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 판단으로는 LA의 법과 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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