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자 국민추천제… ‘인기 영합 변질’은 경계해야

1 week ago 6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주요 고위 공직자를 국민으로부터 추천받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일주일간 인사혁신처 국민추천제 홈페이지나 이 대통령 SNS 등을 통해 장차관과 공공기관장 등 후보자를 추천받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공직기강비서관실 검증 등을 거쳐 적임자라 판단되면 정식 임명할 것이라고 했다.

주요 공직자의 국민추천제 활성화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지난달 이 대통령은 “국민의 집단지성과 검증이 더 정확하다”면서도 취임 뒤 정부 고위직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했는데, 곧바로 시행에 나섰다. 직접민주주의 활성화를 약속하고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해 온 만큼 집권 초부터 대통령의 인사권도 국민과 나눌 수 있다는 의지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어느 대상까지 국민추천제를 활용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아 범위가 모호하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내년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 공영방송 사장 지명에도 국민추천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특정 세력이 집단적 추천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다. 추천 대상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선 능력, 전문성, 도덕성이 기준이 되기보다 인지도에 따른 인기영합주의로 흐를 우려도 있다. 2015년 국민추천제가 도입됐지만 고위공직자 임명 사례 없이 유명무실화된 것도 보여주기식 행정 탓과 함께 그만한 자질을 갖춘 인물 추천이 적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내외 위기는 인수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국민 추천 실험으로 내각 인선을 미룰 만큼 한가롭지 않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국가 운영의 주체가 돼 주도권을 행사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 참여는 필요하지만 모든 국정을 국민 참여에 기댄다는 발상이나 국가 지도자와 정치가 짊어진 책임을 국민에게 미루는 식으로 변질되는 건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역량과 도덕성을 갖춘 공직자를 적재적소에 임명할 1차적 책무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있다. 인사는 대통령이 책임 있게 마무리하고, 국민추천제는 그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는 보완책으로 병행하는 정도가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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