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동진출에 나섰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사우디 주택공사(NHC)가 공동 출자한 네이버이노베이션을 통해서다. 이 회사는 사우디 국민의 주거와 이동 등 생활 전반에 도움이 되는 지도 기반의 슈퍼앱을 개발할 계획인데, 20억리알(약 7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네이버가 보유한 예약과 결제, 개인화 기술을 현지 인프라와 문화적 특성에 최적화한 서비스가 멀지 않아 선보일 전망이다. 사우디가 추진 중인 대규모 신도시 건설에 스마트시티 기술을 적용하는 등 중동의 이 자원 대국 디지털전환(DX)을 쟁쟁한 글로벌 IT 대기업들을 제치고 한국 기업이 맡았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네이버는 3년 전부터 사우디 DX시장을 주시했다. 2023년에 사우디 정부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수주한 뒤 교통흐름 분석, 인구분포 변화, 홍수 예측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 사업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엔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과 아랍어 기반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업무협력도 체결했다.
사우디에 IT 교두보를 확보한 네이버의 중동진출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AI 협력이다. 사우디를 필두로 중동 국가들은 그간 미국 주도의 ‘앵글로 색슨 AI’에 적지 않은 의구심을 가져왔다. 가령 ‘테러’를 입력하면 구레나룻에 터번을 두른 중동인부터 올리고, 중동의 문화 역사를 폄훼·왜곡하는 내용도 적지 않다는 게 다수 중동 국가의 우려다. 한국의 IT와 AI 역량은 이들에게 충분히 대안이 될 만했다. 그간 네이버가 사우디 정관계 실력자들을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있는 분당 신사옥으로 초청하며 공을 들인 배경일 것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AI 쪽에 4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 IT AI 기업이 모두 관심 가질 만한 시장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AI 분야에 관한 한 각 후보 진영에서 경쟁적으로 지원과 육성을 외치고 있다. 원론적이고 시행 각론에서는 차이점도 있지만 AI의 고도화와 산업화 필요성에 대해서만큼은 공감대가 있다. 이제 첫발이지만 네이버의 사우디 진출에서 ‘K-AI 산업’의 가능성을 본다. 더 많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AI 진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