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솔솔 나오는 제2 플라자 합의설, 흘려들을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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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환율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환율은 달러당 1400원대를 넘어서 15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 지난주 급반전이 일어났다. 원·달러 환율은 7, 8일 1300원대로 떨어졌고(가치는 상승), 9일에야 1400원에 턱걸이했다. 대만달러를 비롯해 아시아 통화 역시 미국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미국이 무역적자 해소책으로 관세에 이어 환율을 무기로 쓸 것이란 이야기는 꾸준히 나왔다. 대비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

최근의 달러 약세는 두 가지가 원인으로 꼽힌다. 먼저 미국에 대한 제3국의 신뢰 추락이다. 전후 ‘팍스 아메리카나’를 뒷받침한 일등공신이 바로 기축통화 달러다. 신뢰가 무너지면 달러 위상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미국 스스로 달러 약세를 부추긴다는 관측도 있다. 스티브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지난해 가을 이른바 ‘미란 보고서’에서 “경제적 불균형의 뿌리는 지속적인 달러 고평가에 있다”며 ‘통화 조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미국 입장에선 무역적자 해소에 관세보다 환율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관세 장벽을 세우면 수입을 줄이는 효과에 그치지만 약달러는 수입을 줄이는 동시에 수출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40년 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을 견제했다. 이후 일본 경제는 엔고로 장기불황 터널에 갇혔다. 이에 견줘 지금 시장에선 제2의 플라자 합의 이야기가 나돈다.

트럼프 대통령은 8대 비관세 부정행위 가운데 환율 조작을 가장 먼저 들었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는 통화·환율이 중점 논의된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고, 6월 반기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 통화 강세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미국이 개별 국가를 만나 환율 얘기를 하고 있고, 그게 알려진 게 하나”라고 말했다. 가만둬도 한국 경제는 장기침체 수렁에 빠질 판이다. 수출에 치명적인 원화 강세는 엎친 데 덮치는 격이다. 일본 사례를 거울삼아 환율이 경제의 숨통을 죄는 일만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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