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대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들여 유럽의 냉난방공조(HVAC) 업체 플렉트그룹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으로 열 관리(냉각)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글로벌 HVAC 시장이 급성장 하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재 에어컨 등을 포함한 HVAC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과의 협업을 통해 대형 빌딩, 공장 등 기업간거래(B2B) 냉난방 시장을 공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최근 자회사 하만을 통해 빅딜을 재개하는 등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독일의 HVAC 전문 기업 플렉트그룹의 최대 주주인 트리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 LLP와 막바지 M&A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금액은 15억~20억달러(약 2조1000억~2조9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번 주에 M&A가 완료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M&A가 성사되면 2017년 하만 인수(80억달러) 이후 삼성전자의 최대 규모 M&A가 될 전망이다.
플렉트그룹은 유럽 최대 HVAC 기업으로 평가된다. 데이터센터, 공장 클린룸, 산업·주거용 건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효율적인 냉각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독일의 사모펀드(PEF) 트리톤이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스웨덴의 HVAC기업 플렉트우즈를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트리톤은 같은 해 독일의 엔지니어링 그룹 GEA에서 분리된 HVAC 업체 덴코하펠을 합병, 플렉트그룹의 규모를 키웠다. 2022년 기준 매출은 6억5000만유로(약 1조3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HVAC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을 타고 전력 효율이 높은 냉방기 수요가 높아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2024년 3016억달러에서 2034년 5454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최근 자회사 하만을 통해 오랜만에 빅딜을 재개했다는 점에서 인수 가능성이 낮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17년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한 지 8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이 성사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