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삼양식품과 계열사들이 제삼자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한 행위에 대해 ‘허위 세금계산서’라고 판단했다. 세금계산서에 기재된 물품의 수량·가격이 실제와 같더라도 자금 횡령 목적으로 제삼자 명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면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간주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삼양식품과 계열사들이 성북세무서장과 원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일부 패소로 판단한 원심판결
삼양내츄럴스, 삼양프루웰, 알이알에 대한 각 가산세 부과처분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라면스프와 포장 박스를 외형상으로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거래한 것처럼 꾸며 약 49억 원을 횡령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전 회장은 이와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징역 3년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세무당국은 이 과정에서 삼양식품과 계열사들이 실질 거래 주체와 다른 제삼자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한 사실을 포착하고, 총 130억 원 규모의 부가가치세·법인세·가산세 등을 증액경정·고지했다. 특히 삼양식품이 실제로는 계열사들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았으면서도,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세금계산서를 사용해 매입세액을 공제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또 이전 거래단계에서 계열사들이 직접 거래처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았음에도, 역시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기재한 부분에 대해서도 매입세액 공제를 배제했다.
사건의 쟁점은 실제 거래 주체가 아닌 제삼자 명의로 발급·수취한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부가가치세법령에 따르면 세금계산서의 필수적 기재사항이 누락되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 매입세액을 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심과 2심은 일부 삼양 측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재화나 용역의 공급 없이 세금 계산서를 발급․수취했닥는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각 세금계산서가 가공 세금계산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실제 거래를 한 사업자와 명의자가 달라 부가가치세법에서 정한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가 사실과 다르게 적힌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삼양식품과 계열사들이 발급의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해 매입세액 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계열사들은 단순히 명의를 빌린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 등의 자금 횡령을 목적으로 매출 외형을 제삼자에게 이전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명의만 빌려 거래한 것’이라는 잘못된 전제를 토대로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