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여전히 고위험·고수익 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순매수한 상장 종목 최상위권에 3배 수익 또는 손실을 낼 수 있는 상품이 대거 포진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중 간 ‘관세 휴전’ 합의 소식이 전해진 이달 12~14일 국내 투자자가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매수한 파생형 상품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 3X 셰어즈’(SOXS)로 집계됐다.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거꾸로 3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반도체지수가 하락하는 수치의 3배만큼 수익을 내는 구조다. 총 4894만달러(약 68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순매수 1위(알파벳, 5019만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자금이 쏠렸다.
투자자는 미국 장기채와 기술주 상승에 3배로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도 수백억원어치 쓸어 담았다. 미국 20년 이상의 장기채 수익률 대비 3배의 수익·손실이 가능한 ‘디렉시온 데일리 미국채 20년물 이상 불3X’(TMF)에 3140만달러가 몰렸다. 전체 순매수 순위 4위다. ‘마이크로섹터 FANG 이노베이션 3X 레버리지’(BULZ)도 1784만달러어치 사들였다. 미국 빅테크기업지수의 일간 변동률 3배를 따라가는 상장지수증권(ETN)이다.
월가에선 반도체주 미래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미·중 갈등 완화에도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건 긍정적인 요인이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컴퓨터 교체 수요 지연 및 중국 내 소비 심리 악화를 이유로 메모리 시장을 어둡게 전망했다.
일각에선 서학개미의 성향이 지나치게 투기적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중 관세 협상은 90일간 유예됐을 뿐 끝난 게 아니다”며 “증시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