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풍년에…밀값 5년來 최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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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밀(원맥) 시세가 5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등 상당수 나라에서 풍년이 들어 생산량이 늘어나는 반면 미국의 관세 정책 여파로 밀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26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은 지난 23일 전날보다 0.37% 하락한 부셸(1부셸=27.2㎏)당 5.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년 전 5달러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름 전에는 5달러를 밑돌았다. 국제 밀 가격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열흘여 만인 그해 3월 7일 시장 불안을 예상한 투자 수요까지 대거 몰리며 부셸당 12.94달러까지 치솟았다.

세계적 풍년에…밀값 5년來 최저 찍었다

밀값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반년 만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최근에는 2020년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제 밀 시장이 안정세에 들어선 이유는 기본적으로 풍년이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24~2025년 세계 밀 생산량은 7억9971만t으로 전년 대비 0.98%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생산량만 5056만t으로 전년보다 2.5% 늘어날 전망이다. 역시 사상 최대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작황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정책도 밀값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국가 간 관세가 높아지면 무역이 어려워져 밀 수요도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밀값이 떨어진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하면서 미국 농산물에 보복관세가 매겨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제분·제과업체는 밀값이 떨어지자 반색했다. 밀가루를 만드는 것부터 과자와 라면을 생산하는 것까지 원가 부담이 크게 작아지기 때문이다. 라면과 과자 원료에서 소맥 등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50%를 훌쩍 뛰어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등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밀값 하락은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라며 “최근 환율이 떨어진 것까지 맞물려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인기로 라면 수출 등이 늘어나며 국내에 밀가루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가격 인하 효과를 상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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