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 모험서 계몽의 원형 발견… 몸 묶인 영웅은 세이렌 노래 향유 귀 막은 선원은 소외된 노동자 상징… 해방 위한 합리성, 새로운 지배 낳아 생존 위해 욕망 억누르고 자기희생… 예술 향유와 강제노동, 대비되는 삶 오토 그라이너의 1896년 작품 ‘오디세우스와 세이렌’. 돛대에 몸을 묶은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모습을 그렸다. 사진 출처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국립미술관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두 철학자가 읽어낸 계몽의 역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는 트로이전쟁을 마친 영웅 오디세우스가 10년에 걸친 모험 끝에 고국으로 귀환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놀런 감독 특유의 완벽주의는 내용뿐만 아니라 웅대한 영상미로 구현됐다.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호메로스의 책 ‘오디세이’도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고전 읽기 열풍이 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영웅 서사는 오늘날 힘든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혜와 용기를 준다.》그러나 전혀 다른 관점에서 오디세이 신화를 통해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을 읽어낸 철학자들도 있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공저 ‘계몽의 변증법’에서 “왜 인류는 진정한 인간적 상태에 들어서기보다 새로운 종류의 야만 상태에 빠졌는가”라고 묻는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계몽이 오히려 새로운 지배를 낳았다는 역설이다. 칸트에 따르면 계몽은 타인의 지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이성을 사용해 ‘미성숙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용기를 갖는다는 뜻이다. 계몽은 인간을 미신과 주술, 신화의 세계에서 해방하고 이성적 합리성과 계산 가능성의 세계로 이끌었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오디세우스의 모험에서 이러한 계몽의 원형을 발견했다. 오디세이 영웅담은 인간이 신화적 세계에서 벗어나 합리성의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는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해 죽음으로 이끄는 바다의 요정 세이렌과 맞닥뜨린다. 그는 자연의 거대한 힘에 직접 맞서기보다 이성을 발휘해 살아남을 꾀를 낸다. 자신은 몸을 돛대에 묶고 선원들에게는 귀를 밀랍으로 막은 채 노를 젓게 한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수 있었지만, 그 유혹에 굴복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몸을 더욱 강하게 묶게 한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이렇게 몸이 묶인 채 노래를 향유하는 오디세우스에게서 부르주아적 주체의 모습을 읽어...
세이렌 노래 듣는 영웅, 귀 막은 선원… 엇갈린 두 갈래 삶[강용수의 철학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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