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에도 지문 있다… 호흡 패턴 개인 식별 정확도 ‘96.8%’

1 day ago 7

웨어러블 장치로 24시간 측정
불안수치 높으면 호흡 변동 커
신체-정신 건강 평가에 활용

연구팀이 개발한 장치는  튜브를 통해 양쪽 콧구멍에서  나오는 공기의  흐름을 측정할 수 있다.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장치는 튜브를 통해 양쪽 콧구멍에서 나오는 공기의 흐름을 측정할 수 있다.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사람마다 각기 다른 지문을 갖고 있듯 호흡하는 패턴도 개인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확인됐다. 개인의 호흡 패턴은 신체 및 정신 건강을 평가하는 새로운 척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암 소벨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신경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사람마다 고유의 호흡 패턴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12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개인의 호흡 패턴을 확인할 수 있는 경량 웨어러블 장치를 개발했다. 콧구멍 아래에 부착된 튜브(관)를 통해 24시간 내내 들숨, 날숨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장치다.

기존 호흡 측정 장치는 폐 기능을 평가하거나 질병을 진단할 목적으로 10∼20분가량 짧게 측정한다. 10∼20분간의 측정 데이터만으로 개인의 미묘한 호흡 패턴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연구팀은 하루 종일 추적 가능한 장치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개발한 장치를 건강한 청소년 97명에게 착용하게 한 뒤 24시간 동안 일상생활을 하도록 했다. 각 청소년의 호흡 패턴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개인을 높은 정확도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각기 다른 호흡 패턴을 갖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2년간 반복적으로 시행한 호흡 패턴 측정 실험을 통해 96.8%의 정확도로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음성 인식 기술을 이용한 개인 식별 정확도와 유사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달리기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공부를 할 때 호흡이 달라지기 때문에 호흡 패턴으로 개인을 구별하는 일은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지만 실제로 확인해본 결과 놀라울 정도로 개인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호흡 패턴이 개인의 체질량지수(BMI), 수면·각성 주기, 우울 및 불안 수준 등과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도 확인했다. 가령 불안 관련 설문조사에서 불안 수치가 높은 참가자들은 수면 중 들숨 길이가 짧고 호흡 변동성이 컸다. 장기적으로 호흡 패턴을 모니터링하는 장치가 개인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이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호흡 패턴이 달라지는 것인지, 특정 호흡 패턴 때문에 불안하거나 우울해지는지 선후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호흡 패턴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호흡 개선을 통해 정신 건강을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장치의 한계도 있다. 코를 통해 흐르는 공기만 측정하기 때문에 입으로 하는 호흡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웨어러블 기기가 되려면 착용감을 개선하고 자는 동안 미끄러지지 않고 고정된 상태가 잘 유지되도록 만드는 추가적인 설계도 필요하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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