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지난달 30일 부산 가덕도 주민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마을에서 대대로 이어져 온 ‘숭어들이’라는 전통 숭어잡이가 막을 내릴 때가 다가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년 봄 조업을 끝으로 그물을 거둬들이기로 했단다. 여러 고비를 넘기며 이어온 전통 어업이지만, 가덕도신공항 건설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셈이다. 가덕도에서는 숭어 떼가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가라앉혀 놓고 기다린다. 산 중턱 망대에서 바다를 살피던 망지기가 숭어 떼가 지나가는 순간을 가늠해 그물을 들어 올린다. 이를 ‘숭어들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여섯 척의 목선에 탄 선원들이 그물을 당겼으므로 ‘육소장망’이라 불렀다. 어민들은 엔진 소리와 기름 냄새가 숭어를 쫓는다고 여겨 어장 가까이에서는 노를 저었고, 빛이 반사되지 않도록 목선을 검게 칠했다. 망지기는 수면의 빛깔과 미세한 일렁임에서 숭어 떼의 형상인 ‘시거리’를 읽어낸다. 바람도 살펴야 한다. 서쪽을 향한 대항마을에서는 동풍인 샛바람이 불면 바다가 잔잔해져 조업하기 좋다. 그러나 동쪽을 향한 새바지에서는 같은 바람이 파도를 몰고 온다. 어떤 바람이 좋은지는 어느 바다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망지기의 눈에는 숭어뿐 아니라 바람과 물때가 함께 들어 있다. 가덕도 숭어들이는 두 차례의 위기를 넘겼다. 신항 개발로 주력 어장이던 내동섬어장을 잃었을 때는 남아 있던 포구나무개어장에서 명맥을 이었다. 이후 선원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기계식 양망기를 들였다. 여섯 척의 목선과 20명의 선원이 맡던 일을 기계가 상당 부분 대신했다. 2020년 봄 망대를 찾아 직접 지켜본 숭어들이도 기계를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모습을 바꾸며 숭어들이는 살아남았다. 망지기의 눈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는 망대 뒤편 제단에서도 알 수 있다. 이곳에는 세상을 떠난 역대 망지기 15명의 신위가 모셔져 있다. 살아서는 숭어 떼를 찾아내고 선원들을 이끌던 사람들이 죽어서는 숭어잡이를 돕는 신이 됐다. 어민들은 한 해 조업을 시작하기 전에 고사를 지내고, 첫 숭어를 잡거나 많이 잡은 날에도 숭어와 술을 올렸다. 망지기들은 죽어서도 숭어잡이를 지켜온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장을 옮기거나 기계를 바꾸는 것만으로 넘기 어려운 위기에 봉착했다. 숭어가 지나가는 바다와 어군을 내려다볼 망대, 함께 일할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머지않아 공항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
숭어를 기다려온 바다의 마지막 봄[김창일의 갯마을 탐구]〈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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