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처럼 굳은 우리의 자아를 깨부수는 게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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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안무가 겸 무용수인 알렉산더 에크만이 연출한 현대무용 ‘해머’의 한 장면.   LG아트센터 제공

스웨덴 안무가 겸 무용수인 알렉산더 에크만이 연출한 현대무용 ‘해머’의 한 장면. LG아트센터 제공

알렉산더 에크만(41·사진)은 스웨덴 출신 안무가 겸 무용수다. 10여 년 전부터는 무대 연출에도 재능을 보이면서 종합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2017년 파리 오페라발레단과 함께한 ‘플레이’는 유럽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하얗고 거대한 무대 위 수많은 초록색 공이 쏟아져 내리면서 무용수들이 뛰어노는 장면이 대표적. 에크만은 “거대한 볼풀이 가장 고전적인 발레 무용단을 순수한 놀이로 인도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에크만의 작품은 무용, 연극, 시각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객석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에크만이 스웨덴의 대표 무용단인 예테보리 오페라댄스컴퍼니와 함께 오는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한국에서 공연한다.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그는 자신의 최신작 ‘해머’(2022)를 선보일 예정. 공연에 앞서 그를 서면으로 미리 만나봤다.

◇소셜미디어 탓에 자아 굳어져

"시멘트처럼 굳은 우리의 자아를 깨부수는 게 예술"

에크만은 공연 제목에 담긴 의미부터 설명했다. “때때로 우리의 자아는 시멘트처럼 굳어버립니다. ‘나는 파란색을 좋아해, 초록색은 싫어’처럼 스스로를 틀에 가두려 하죠. 이는 진실이기보단 굳어진 자아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런 시멘트를 깨부술 망치가 필요해요. 해머는 자아에 대한 비판이자, 이타적인 사회를 위한 제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누군가가 매우 이기적일 때 그 사람의 자아가 경직된다고 믿는다. 한 자리에 고정돼 타인과 교류 및 연결이 어려운 상황이 된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망치가 필요해요. 무대에서 망치는 고정된 자아를 부수고 우리가 진정으로 서로를 듣고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됩니다.”

에크만에 따르면 자아가 경화하는 까닭은 소셜미디어에 있다. 오늘날 모든 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만의 무대와 관객, 플랫폼을 갖게 됐다. 에크만은 이것이 인간이 행동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했다. “아무도 촬영하지 않을 때조차 카메라를 위해 틀 안에서 연기하는 인간들의 모습, 자신에게만 집중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작품에 반영했어요. 작가 셰익스피어가 ‘온 세상이 무대이고, 모든 남녀는 그저 배우일 뿐’이라고 말했는데요. 저는 오늘날 모든 전화기가 무대이고,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관객을 위한 배우가 된 이 세상에 대해 그가 뭐라고 말할지 정말 궁금해요.”

◇장르라는 상자에 갇히면 안 돼

‘해머’는 2022년 초연 당시 오페라와 드라마, 춤이 뒤섞인 형식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장르의 혼합이 관객에게 예측 불가능한 경험을 준다고 믿는다. “저는 규칙에 얽매지 않고 작업합니다. 공연은 살아 있어야 하고 관객을 계속해서 놀라게 해야 합니다. 저는 제 작품을 하나의 장르적인 상자에 가두고 싶지 않아요. 예술가로서 제 일은 그 상자를 부수는 것이라고 믿어요.”

에크만은 ‘해머’에서 무대 위 공연자들이 관객과 교류하는 연출도 곁들였다. “무용수들이 무대 너머 관객과 소통하면 작품이 현실이 되죠. 이 순간이야말로 제가 ‘해머’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무대 위 이타적인 세계가 관객을 끌어들이는 순간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그와 동행할 예테보리 오페라댄스컴퍼니는 그에게 최상급 재료다. “재료가 훌륭하면 음식을 더 맛있게 요리할 수 있죠. 뛰어난 무용수가 있으면 작품이 그 혜택을 받습니다. 예테보리 오페라댄스컴퍼니 무용수들은 개방적이고 호기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두려움이 없는 예술가들이라 무용단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등장하는 별명, ‘미감의 천재’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일까. “저는 세상을 주의 깊게 보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영감은 모든 곳에서 옵니다. 시장의 색깔, 밤거리의 분위기, 붐비는 역의 리듬같이 일상적인 풍경에서도요. 미적 감각을 의도적으로 훈련하지 않지만 아름다움을 ‘알아차리는’ 연습은 합니다. 아름다움은 우리 주변에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제 일은 그것을 인식하고 형태를 만들며 관객에게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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