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0㎞로 만나는 또 다른 한국[폴 카버 한국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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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이클링 네트워크(GCN) 진행자들이 한국의 자전거길을 달리다 잠시 쉬고 있다. GCN 유튜브 화면 캡처 폴 카버 영국 출신·번역가 한국은 KTX를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여정에서 창밖을 제대로 바라본 적이 있는가? 눈이 무언가를 알아볼 즈음이면 풍경은 이미 시속 250km의 속도 속에서 멀리 사라져 버린다. 반면 시속 20km로 한 나라를 여행하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 나라를 보게 된다. 최근 글로벌 사이클링 네트워크(GCN)에서 공개한 ‘한국을 자전거로 여행’한 영상을 반갑게 본 이유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전거 콘텐츠 유튜브 채널 가운데 하나인 GCN은 ‘Bikepacking South Korea Blew Our Minds’(한국 바이크패킹에 제대로 놀라버린 우리)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좀처럼 만나지 못하는 한국의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은 꾸준한 투자로 국토 규모에 비해 놀랄 만큼 광범위한 자전거 네트워크를 갖췄다. 그 덕분에 외국인 여행객들도 한국이 서울에서 며칠 머물다 떠나는 곳이 아니라, 자전거로 종주할 수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열어보면 서울의 이미지가 끝없이 이어진다. 강남에서 ‘강남스타일’ 춤추기, 경복궁 앞에서 한복 입기, K팝과 K뷰티, 한강에서 라면 먹기 등이다. 이 중 무엇 하나 잘못된 것은 없지만 어딘가 살짝 불완전하다. 관광 알고리즘에 ‘강남, K굿즈, 한강’만 입력해 무한 반복하는 느낌이랄까. 자전거는 그런 여행을 어렵게 만든다. 여행자는 명소에서 명소로 순간 이동을 할 수 없고, 자전거도로의 파란 선을 따라 계속 움직여야 한다. 목적지 사이의 공간까지 여행의 일부가 된다. 자전거로 만나는 한국의 매력은 산과 강, 해안선에만 있지 않다. 작은 마을에서 타이어 펑크를 고쳐주는 노인을 만나고, 쉼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을 본다. 길가 식당의 음식 냄새를 맡고, 역사적 인물의 생가나 묘를 알리는 갈색 표지판에 이끌려 잠시 길을 벗어나기도 한다. 언제든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층 건물과 첨단 기술의 서울만 한국은 아니다. 작은 공장과 농촌 마을, 어항과 지방 버스터미널, 동네 식당 앞에 앉은 어르신들이 있는 한국도 있다. 자전거는 이 서로 다른 한국들을 연결한다. 자전거 여행은 지역 관광을 살릴 가능성도 품고 있다. 국토 종주 자전거길은 인천에서 부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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