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초록우산 회장 최근 아동·청소년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을 제한하자는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만 14세 미만 아동의 SNS 가입을 제한하는 내용이 언급된 이후 플랫폼 기업의 청소년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이 적극 논의되는 모양새다. 그런데 SNS를 못 쓰게 한다고 아이들이 위험한 콘텐츠와 중독적 알고리즘에 노출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까. 아이들의 SNS 사용 문화에 관한 논의는 ‘쓰게 할 것인가, 못 쓰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쓰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초록우산이 올해 2월 만 14세 이상 아동·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유해 콘텐츠에 한 번이라도 노출된 아동은 53.4%에 달했다. 이 중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유해 콘텐츠를 접한 경우는 무려 80.3%였다. 가상의 만 14세 계정을 활용한 실험에서는 30분도 채 되지 않아 성적인 유해 콘텐츠가 등장했고, 1시간도 지나기 전 자해와 자살을 암시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용자를 붙잡기 위한 무한 스크롤과 쉴 새 없는 추천 알고리즘을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각국에서 아동의 SNS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호주는 16세 미만의 SNS 계정 개설을 금지했고 인도네시아, 브라질, 말레이시아도 연령 규제를 시행 중이다. 프랑스도 15세 미만의 계정 개설 금지에 나섰고, 영국과 유럽연합(EU), 미국 여러 주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플랫폼의 책임 범위도 넓어졌다. 올 3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청소년 중독과 관련한 메타와 구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플랫폼 설계 자체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우리 정부가 아동·청소년의 SNS 이용 관련 보호에 나선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논의의 중심은 ‘몇 살부터 SNS를 허용할 것인가’를 넘어 ‘안전한 SNS 이용 환경 설계’로 나아가야 한다. 과몰입을 부추기는 기능은 아동 계정에서 기본적으로 제한하고, 인공지능(AI) 챗봇 등 위험의 성격이 다른 서비스에는 그에 맞는 보호장치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유해 콘텐츠를 사후에 지우는 데 그치지 않고 서비스 설계 단계부터 아동의 안전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또 안전 설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연령 확인이 병행돼야 한다. 연령 확인이 허술하면 부모 계정이나 다른 우회로를 찾아다니는 ‘두더지 잡기’가 되기 십상이...
아동-청소년 SNS 규제, 더는 미룰 수 없다[기고/황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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