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망한 이야기라도 다시 쓸 수 있는 것, 그게 소설가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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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 9편 이야기 담은 소설집 ‘눈 내리는 삼일포’ 펴내 女야구 안향미, 실패한 선구자 아닌 한국 女프로야구의 시작으로 해석 빠져나갈 수 없는 현실처럼 보여도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가 가능해 12일 만난 김연수 작가는 “낮과 여름이 끝났다는 말은 밤과 가을이 시작된다는 말과 같다. 이번 소설집은 항상 그 다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겨울에 읽으시면 좋겠고요. 그때 눈이 왔으면 좋겠어요. 눈이 안 오더라도 눈을 감으면 눈 내리는 풍경을 상상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다 그치고 쌓여 있는 풍경도 상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2000년대 초,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던 여성 안향미가 있었다. ‘여자 야구’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대한야구협회에 등록된 최초의 여성 선수로 1999년 고교 야구 마운드에 올랐지만 끝내 프로 무대엔 데뷔하지 못하고 꿈을 접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올 8월, 2000년생 김라경 선수가 미국 여자 프로야구 개막전에 선발투수로 마운드를 밟았다. 안향미가 냈던 작은 균열이 마침내 벽을 무너뜨린 셈이다.● “망한 이야기도 다시 쓸 수 있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야구를 봐 온 ‘어린이 팬클럽 출신’ 김연수 작가(56)에게 이 소식은 남달랐다. 그가 최근 펴낸 소설집 ‘눈 내리는 삼일포’(문학동네)엔 안향미 선수를 실패한 선구자가 아니라 한국 여자 프로야구 역사의 시작으로 다시 보는 ‘우리 인생의 목격자’를 비롯해 9편의 소설이 실렸다.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작가는 “어떤 사람이 ‘내 인생은 여기서 끝이야’라고 말할 때, 실제로 끝난 건 그 사람의 인생이 아니라 그 사람이 믿고 있는 이야기일 수 있다”며 “좀 더 나은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게 소설가의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무리 망한 이야기라도 다시 쓸 수 있다”는 것. 김 작가가 말하는 ‘다시 쓰기’는 과거를 미화하거나 실패를 성공으로 포장하는 일이 아니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현실처럼 보이는 것도 하나의 이야기에 불과하며,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일”이다. 김 작가는 이러한 ‘다시 쓰기’를 9편의 수록작에서 다양한 시점과 이야기로 행한다. 30년 가까이 소설을 써 온 그가 스스로를 ‘이야기 기술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야기 기술자’의 비법 김 작가 자신도 힘든 시절을 이야기에 기대어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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