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죽음 앞에서 알았다, 평범한 날의 특별함

2 weeks ago 21

◇난파선의 선장들/김새섬·김진경 지음/288쪽·1만7800원·어크로스 때때로 남은 생이 1년뿐이라면 그 시간을 뭘 하며 보낼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버킷리스트 실현?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10곳’이 정말 죽기 전이 됐을 때 가보고 싶어지기는 할까. ‘이거 잘못하면 눈감을 때까지 뭘 할지 고민만 하다가 죽는 거 아냐?’ 꼬리에 꼬리를 물던 사념은, 어떤 생각이 들며 멈췄다. 죽지 않는 사람은 없는데, 죽기 전이 따로 있나?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고 죽음과 마주한 온라인 북클럽 대표와 그를 인터뷰한 작가가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삶과 죽음, 시한부 인생, 암 이런 소재들이라면 뭔가 대단히 철학적이고 인생을 관통한 깨달음 같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만, 두 사람의 공통 관심사인 ‘책’과 ‘문학’을 통해 ‘죽음’을 말하는 저자들의 대화는 대단히 소박하다. “…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되 책을 징검다리 삼자는, 죽음을 다룬 책을 인용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자는 생각이었다.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하고 그에 관련한 질문을 드리는 방식은 어떨까요?’ 내가 보낸 메일에 새섬의 답이 왔다.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책을 매개로 한 죽음에 관한 대화가 시작됐다.”(1장 ‘자기 연민에 관하여’에서) ‘난파선’은 저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언젠가는 ‘삶’이라는 배에서 내릴 수밖에 없는 ‘선장’임을 비유한 말. 저자인 두 사람에게 ‘책’은 지금까지 그래 왔고, 남은 시간 동안도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나침반’이자 ‘키’다. 한때 ‘버킷 리스트’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못해 봐서 아쉬운 건 누구나 있겠지만, 저자들의 대화를 읽다 보면 진짜 중요한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평범하게 늘 해오던 일, 만났던 사람이 아닐까 싶다.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 사랑하지 않았다면 수십 년을 만나고 해오지는 못했을 테니까. 그래서 ‘죽기 전에 특별히 뭘 해야 할까’ 하는 물음에 답이 안 떠올랐던 것 같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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