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몸을 해부했더니, 한 사람의 삶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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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해부학/가브리엘 웨스턴 지음·김성훈 옮김/368쪽·2만2000원/더퀘스트 평생을 함께하는 몸에 대해, 사실 우리는 잘 모른다. 그래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는 듯하지만, 그러다 삶은 갑자기 흔들릴 수 있다. 신장이 망가져 투석을 해야 할 수도, 간경화 때문에 장기 이식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될 수도 있다. 몸에 대해 더 잘 안다고 해도 꼭 이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닐 터. 그렇다고 해도, 좀 더 담담하게 자신의 상태를 바라보고 현실을 수용할 수는 있지 않을까. 영문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의사의 길을 걸은 영국인이 육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을 다룬 책이다. 부검, 장기 이식 수술, 성전환 수술 등의 생생한 묘사가 소름 돋을 정도로 자세하다. 하지만 저자는 몸을 물리적으로 해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존 해부학이 사람들을 몸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고 지적한다. 신체 각 부위의 기능만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 개인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자신의 경험과 엮어 냈다. 심장질환을 앓는 자신부터 아들의 뇌수술까지를 외과의로서 자신과 환자로서의 자신, 그 사이 지점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아플 때야말로 우리가 가장 ‘나’다워지는 시간이자, 나 자신으로부터 가장 멀어지는 시간이다.” 그동안 남성적 시각에서 성적 대상이나 출산 및 양육의 도구로 서술된 여성의 신체도 조명한다. 저자는 여성의 성기, 자궁, 유방을 여성 주체의 입장에서 재정의한다. 특히 질 대신 음핵을 여성 정체성의 근간으로 두며, 여성도 성적 쾌락을 온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료 의사들에게 건네는 충고도 담겼다. 학교에서 배운 일반화된 이론에만 매몰되지 말고 환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주목하길 권한다. 일본의 한 의사는 언뜻 심장마비 증상으로 보이는 환자들의 사연을 자세히 들어봤다. 그럼으로써 강렬한 정서적 경험을 겪은 뒤 발생하는 ‘상심증후군’이라는 걸 밝혀냈다고 한다. 이런 일화들을 통해 의사와 환자 사이의 충분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광화문에서 트렌디깅 주성하의 ‘北토크’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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