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그리스 문자도 ‘수입산’… 순혈 서양 문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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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중심 탄생기 재정립… 독립 문화 아닌 대륙 연결로 발전 그리스 알파벳, 티레 문자서 유래… 해외 무역 거점서 문자 흔적 발견 기원전 1300년경 타국 왕과 교류… 서양우월주의 아닌 ‘얽힘’ 강조 ◇서양의 탄생/조세핀 퀸 지음·이지은 외 2인 옮김/686쪽·3만9000원·까치 주변국과 교류하며 발전해온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 문자. 책은 서양의 역사를 그리스와 로마에서 찾지 않는다. 그 대신 청동기 시대부터 대항해 시대까지 여러 사회가 만나고 얽히면서 지금의 ‘서양’이라고 부르는 것을 만든 관계를 추적한다. 저자는 “역사의 변화를 추동한 것은 문명들이 아니라 연결들”이라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대사 학과장인 저자는 해마다 연말이면 수험생들의 학부 지원서에서 똑같은 내용을 발견한다고 한다. “그리스와 로마가 서양 문명의 뿌리이기 때문에 고대 세계를 공부하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이다. 서양 문화는 그리스와 로마의 사상 위에 확립됐고, 유럽에서 중세에 상실됐다가 르네상스로 재발견됐다는 이 관점. 이 견고해 보이는 고대사의 전제에 저자는 반기를 든다.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에만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과거에 대한 우리 시각과 지금 우리 세계에 대한 이해를 빈곤하게 만든다”며 ‘서양’이라는 개념의 의의를 다시 정립한다. ‘서양’이란 관념이 생겨난 배경부터 짚어 보자. 저자에 따르면 18세기 유럽인들은 역사를 수렵과 목축을 거쳐 농업, 상업, 산업으로 이어지는 단선적인 척도로 이해했다. 그리고 이를 제국주의적 확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사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양’은 유럽과 다른 사회를 구분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로 탄생됐다. 유럽인들은 그들이 원하는 사회를 ‘서양’으로 포섭하고, 원치 않는 사회는 ‘동양’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이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자유를 특징으로 지닌 ‘서양 문명’이라는 개념으로 서서히 수렴됐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단일하고 순수한 서양 또는 유럽 문화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자유, 이성, 정의, 관용 같은 이른바 서양의 가치라 불리는 것들은 본래 서양의 전유물이 아니다. 서양 그 자체는 광범위하게 형성된 사회의 연결망과 오랜 기간 접촉한 데에서 나온 산물이라는 뜻이다. 이 책이 그리스·로마인들보다 앞선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그리스·로마인들의 이웃들을 조명하는 이유다. 그리스의 언어 형성 과정만 봐도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초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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