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직책 없는 차남 장세환, 미국에서는 ‘영풍그룹 부회장’ 직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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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 고문 차남인 장세환 부회장이 최근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미국 테네시주에서 개최한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사업 지원 행사에 ‘영풍그룹 부회장’ 직함을 내걸고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장 부회장은 영풍 내 공식 임원이 아니고 별도 직책도 없다. 영풍 계열사인 영풍이앤이에서만 미등기임원으로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영풍그룹 부회장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장 부회장 권한과 책임 범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오너 일가가 공식 직책 없이 주요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책임과는 거리를 둘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영풍은 장세환 부회장이 미국에서 ‘영풍그룹 부회장(Youngpoong Group Vice Chairman)’ 직함이 적힌 명함을 사용한 것에 대해 그동안 장 부회장은 대외적으로 해당 직함을 사용해 왔다고 해명했다. 영풍 내부적으로는 장 부회장을 그룹 부회장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취지다.

장 부회장은 지난 9일 MBK와 영풍이 미국에서 개최한 ‘프로젝트 크루서블(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건설사업)’ 관련 리셉션에서 영풍그룹 부회장 직함과 영풍 서울 강남사무소 주소, 영풍 이메일 도메인 등이 기재된 명함을 사용했다.

영풍 관계자는 “장 부회장은 고려아연 최대주주그룹 자격으로 리셉션에 참석했다”며 “해외 인사들에게 영풍이앤이라는 개별 법인을 별도로 설명하기 어려워 그룹 차원 직함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장 부회장의 행사 참석은 영풍 경영진과 최대주주 측의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됐다고 한다. 고려아연 지분 과반을 보유한 최대주주그룹 차원에서 미국 제련소 투자와 관련한 의견을 현지에 전달할 필요가 있었고 관련 사업 경험이 있는 장 부회장을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것. 영풍 측은 장 부회장이 영풍의 주요 주주이면서 최대주주 일가 일원이라는 점도 참석 배경으로 들었다. 개인적으로 임의 참석한 것이 아니라 경영진과 최대주주 측 논의 결과에 따라 현지 행사에 참석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건설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 개요 이미지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건설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 개요 이미지
실제로 장 부회장이 비철금속 사업과 무관한 인물은 아니다. 장 부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약 10년간 서린상사 대표이사를 맡아 비철금속 원료 조달과 해외 판매, 물류, 글로벌 거래처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했다. 서린상사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공동으로 활용해 온 비철금속 전문 무역회사다. 해외에서 제련 원료를 조달하고 영풍과 고려아연이 생산한 아연 등 비철금속 제품을 국내외 시장에 판매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지분 66.7%, 영풍이 33.3%를 보유했지만 과거 동업 관계에 따라 영풍이 경영을 맡아왔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갈등이 본격화된 2024년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장 부회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서린상사는 케이지트레이딩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장 부회장은 영풍이앤이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풍 측은 해당 경력을 근거로 장 부회장이 미국 제련소 사업을 충분히 이해하는 비철금속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서린상사 대표 시절부터 해외 원료 조달과 영업을 담당해 온 만큼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사업 구조와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다.다만 장 부회장이 어떤 절차를 거쳐 영풍과 최대주주 측을 대표할 권한을 부여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풍 측은 내부 논의를 거쳐 참석이 결정됐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위임 주체나 공식 의사결정 절차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영풍그룹 부회장 직함에 따르는 권한과 책임 범위도 불분명하다. 그룹 부회장 직함을 사용해 대외활동을 하는 만큼 장 부회장 발언을 영풍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 있는지, 문제가 발생한 경우 어느 주체가 책임을 지는지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형진 고문은 과거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201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영풍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장세환 부회장 등 오너 일가도 현재 영풍의 공식 경영진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장 부회장이 영풍그룹 부회장 자격으로 고려아연의 주요 투자 현안에 관한 최대주주 측 입장을 전달하면서 오너 일가가 공식 직책 없이 영향력만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영풍이 석포제련소 환경 문제와 산업재해, 회계처리 위반 등에 따른 법적·행정적 위험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영향력과 공식적인 책임 주체가 분리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풍 관계자는 “장 부회장의 이번 리셉션 활동이 영풍의 일상적인 경영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고 입장을 전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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