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문학상 수상 김주혜
'밤새들의 도시' 출간 간담회
발레 주제로 예술 이야기 담아
러시아 최고 권위의 '톨스토이문학상'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 작가가 신작 '밤새들의 도시'에 대해 발레리나의 예술 이야기라고 운을 뗐다. 그는 "발레는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 예술에 대한 열정의 결정체다. 발레를 빌려 이 소설에 나만의 예술에 대한 철학과 태도를 녹여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첫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가 3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17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이번 신작의 주인공 나탈리아에게 자신의 예술적 자아를 투영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파리를 배경으로 발레계의 야망과 경쟁, 예술과 정치가 충돌하는 치열한 무대 위 발레리나 나탈리아의 화려하고도 외로운 삶을 그린다. 나탈리아는 세계 최고의 무용수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지만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는 아홉 살 때부터 발레를 배웠고, 대학 내내 무용을 할 만큼 발레를 향한 애정이 각별하다. 작가는 "신체적 능력은 발레리나를 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나 정신적 성향 또는 천성은 적격이라고 생각한다"며 "발레 대신 문학을 통해 예술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고 있다. 내가 쓴 소설의 문체는 뜨거운 편인데 그 영혼이 발레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톨스토이 등 러시아 문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러시아 문학·음악·발레를 참 좋아했다. 이번 소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전에 구상했지만 현재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진정한 예술은 사치를 누리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모든 생물이나 타인에게 마음을 열도록 한다. 그래서 예술은 전쟁과 양극화의 시대인 지금 더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소설은 영어로 쓰였고, 한국어로 번역됐다. 김 작가가 한국어에 능통한 만큼 김보람 번역가와 함께 꼼꼼히 검토했다. 그는 "'훨훨'은 춤, 새의 비상, 불꽃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단어로, 이 소설을 관통한다"고 설명했다.
[박윤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