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신광영]“살고 싶다”는 피해자에게 “언론 플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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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논설위원 10여 년 전 한 강력 사건 피해자를 만난 적이 있다. 수차례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가해자의 살해 협박에 뒤늦게 경찰에 신고한 여성이었다. 그는 사건이 보도되면 가해자를 자극할까 봐 몇 주를 주저하다 취재에 응했다. 세상에 알려져야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고, 자기처럼 혼자 숨죽이는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보도 이후에도 불안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가해자에게 징역 8년이 확정되던 날, 그는 “제게도 8년이 주어졌다”고 했다. 가해자가 출소하면 반드시 보복할 것이라며 그에 대비할 시간이 형량만큼 남았다는 뜻이었다. 그는 집과 직장을 옮기고,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바꾸더니, 결혼 후 임신하자 해외 이민을 택했다. “저는 죽어도 괜찮지만 아이까지 위험에 빠트릴 순 없다”고 했다.보호 못 받는 피해자들 최후 자구책인데 한동안 잊고 지낸 그를 다시 떠올린 건 4년 전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접하면서였다. 피해자 김진주 씨는 가해자에게 징역 12년(1심)이 선고되자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것은 막연한 공포가 아니었다. 가해자와 함께 수감생활을 했던 재소자들의 증언은 섬뜩했다. 가해자가 피해자 집 주소를 줄줄 외우면서 “탈옥해서 두 배로 때려죽이겠다” “이번에는 하이킥에 로킥까지 날려서 말도 못 하게 만들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외부 병원에 다녀온 수감자에겐 병원 구조를 물어보고, 먼저 출소하면 병원 앞에 열쇠 꽂힌 오토바이를 준비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돌려차기 사건은 2심에서 강간 시도 혐의가 확인돼 징역 20년이 확정됐지만 이 같은 보복 협박에 대해선 별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은 가해자가 유튜버인 동료 재소자에게 보복 의사를 밝히고, 이를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지게 함으로써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며칠 전 2심 재판이 열렸는데 이날 재판장의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동료 재소자였던 유튜버가 “가해자는 피해자의 언론 플레이 때문에 중형이 선고됐다면서 나의 억울함을 방송해달라고 했다. 피해자에게 겁을 줘 언론 활동을 못 하게 하려는 취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한 게 발단이었다. 재판장은 그에게 “(부탁받은 방송 내용이) 피해자가 겁먹을 내용이 아니지 않냐”고 물었고, 이에 피해자 측이 항의하자 “피해자 역시 재판 과정에서 상당한 ‘언론 플레이’가 있지 않았냐?”고 말했다. 김 씨는 그동안 여러 인터뷰에 응하고, 법정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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