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콘텐츠기획본부 기자·부국장급 대만의 20대들 사이에 ‘부산병(釜山病)’이라는 말이 돈다. 부산을 다녀온 뒤 자꾸 그리워 견디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 인터넷 밈이다. ‘서울병을 치료하러 갔다가 부산병에 걸렸다’는 문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레드와 샤오훙수에 넘쳐 난다. 부산병이란 신조어야말로 한국 관광이 맞은 거대한 지각변동의 현장이다. 외국인의 시선이 마침내 서울 밖으로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대만, 일본에서 부산에 오는 관광객은 서울에 들르지 않는다. 김해공항에 내려 해운대 호텔에 짐을 풀고 광안리에서 밤바다를 보고, 서면이나 전포에서 카페 투어를 하며 감천에서 사진을 찍고 떠난다. 김해공항은 오랫동안 ‘부산 사람이 해외로 나가는 문’이었다. 이제는 외국인이 부산으로 들어오는 문이 됐다.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2025년 지방 공항 최초로 연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부산만이 아니다. 청주공항은 467만 명이라는 개항 이래 최고치를 찍었고 경주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외국인 방문객이 35.6% 급증했다.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가능하려면 요즘 외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교통수단은 경부선 KTX가 아니다. 부산역에서 내려 해운대까지 가는 데만 1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신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KTX-이음 열차를 탄다. 안동, 경주 같은 ‘한국의 속살’을 구경하고 신해운대역으로 곧장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정부는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2029년 외래 관광객 3000만 명’을 선언했다. 2030년이던 목표를 1년 앞당긴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 관광객을 몰아넣는 전략으로는 3000만이라는 그릇을 결코 채울 수 없다. 물이 넘쳐 지방으로 흐르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 관광 정책의 과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하늘길과 철길을 지방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청주공항이 살아난 결정적 이유는 거점 항공사 에어로케이가 이곳에 살림을 차렸기 때문이다. 에어로케이는 청주와 동남아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올해 취항 8개월 만에 국제선 탑승객 100만 명을 넘어섰고, 연말까지 2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해와 청주의 성공은 다른 공항과 비교하면 더욱 선명해진다. 양양국제공항은 10년 누적 적자 끝에 사실상 운항이 멈춘 상태고, 무안공항은 2024년 말의 비극적인 사고 이후 여객 실적이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울산공항 -156억 원, 여...
[오늘과 내일/전승훈]‘서울병’ 이어 ‘부산병’ 앓는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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