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 3년 9개월 만에 피날레
반란 실패한 ‘기훈’ 죄책감으로 시작
처절한 ‘생존의 술래잡기’ 펼쳐져… ‘살인 기계’ 철수-영희와 줄넘기도
큰 반전 없지만 ‘선의’ 탐색 돋보여… “시리즈 마침표로 충분히 화제 될 듯”
세계를 한국 옛 놀이에 빠지게 했던 ‘오징어 게임’이 시즌3로 돌아왔다. 미국 에미상을 휩쓴 시즌1 이후 3년 9개월 만에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은 것. K게임은 더 잔혹해졌고, 선악에 대한 질문은 치열해졌다.》
2021년 9월 시즌1 공개 뒤 사상 초유의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이 3년 9개월 만에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그간 ‘오징어 게임’은 우리 옛 놀이의 세계적인 유행을 이끌 만큼, K팝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사상 첫 미국 에미상 수상이란 쾌거까지 이뤄내며 한류의 위상을 몇 단계는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 살인 술래잡기-잔혹 줄넘기… ‘흑화’된 K게임
‘오징어 게임’ 시즌3의 공개는 지난해 12월 선보였던 시즌2를 기준으로는 약 6개월 만이다. 시즌 1∼3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시즌3를 6부작으로 매조지 했다. 시즌1(9부작)과 시즌2(7부작)보다 다소 짧다. 시즌3는 기훈이 게임 참가자들과 함께 반란을 꾀했으나 실패하는 과정을 그렸던 시즌2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된다. 반란에 가담한 이들이 사살되고, 기훈은 병정들에게 끌려가 감금된다. 기훈은 깊은 죄책감에 빠지고, 참가자들은 다시 게임에 내몰린다.네 번째 게임은 예고 영상에서 알려진 대로 ‘술래잡기’다. 도망자들은 제한 시간 내 복잡한 미로를 빠져나와야 하고, 술래들은 도망자를 죽여야 한다. 아니면 자신이 죽는다. 유년 시절의 놀이가 처절한 생존의 장으로 바뀐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옷자락이 보일라.” 명랑한 효과음 사이로 참가자의 비명이 살 떨리게 파고든다.
이전 시즌들처럼 시즌3도 한국의 옛 게임을 잔혹하게 비튼다. 피가 튀고, 공포에 질린 참가자들을 보다 보면 숨이 턱 막혀 온다. 마지막 ‘히든 게임’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놀이를 변형했다.
● “K콘텐츠 투자 물꼬, 문화적 위상 높여”
‘오징어 게임’은 시즌1·2에서 불평등과 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시즌3 역시 그 흐름을 잇는다. 참가자와 병정은 돈 때문에 서로를 죽이고, 황금 가면은 이를 TV쇼처럼 관전한다. 익숙한 설정이지만, 더 암울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변주됐다.마지막 게임을 앞두고는 온갖 수 싸움이 벌어진다. 동맹과 배신이 난무하고, 강자들은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다. “민주적 투표” “다수결”이란 말은 공허해진다. 드라마는 ‘다수는 언제나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시즌3의 핵심은 ‘선의(善意)’에 대한 탐색이다. 자기를 희생해 타인을 구하고, 혈연을 넘어선 결단을 내리며, 때로 목숨까지 내놓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실수와 후회 끝에 용서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인물도, 악행을 일삼다 결국 자멸하는 이도 있다.
특히 임산부, 할머니 등 사회적 약자들의 존재는 시즌3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자신을 지킬 힘이 부족한 이들. 타인을 공격할 수도, 스스로를 지킬 힘도 없는 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드라마는 묻고 있다.
시즌3에 아쉬움이 없진 않다. 거대한 반전은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기훈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던 경찰 ‘준호(위하준)’의 행보는 다소 맥이 빠진다. 병정 ‘노을’(박규영)과 살아남은 ‘경석’(이진욱)의 행동도 예측 가능한 편이다.
그렇다고 ‘오징어 게임’이 남긴 성과가 바래는 건 아니다. 시즌1은 누적 시청 2억6500만 회를 기록하며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는 물꼬를 텄다. 미 골든글로브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오영수)과 에미상 감독상(황동혁), 남우주연상(이정재) 등 6관왕 수상으로 한국 배우와 감독의 해외 진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시즌2도 누적 시청 횟수가 1억9200만 회에 이르렀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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