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빼는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섭취한 열량보다 소모한 열량이 크면 체중이 줄어든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도, 쉬운 일도 아니다.
왜 운동만으로는 살이 잘 빠지지 않을까?
운동이 기대만큼 큰 폭의 체중 감량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생리적 이유가 있다.
▶ 활동량 감소: 운동을 한 날에는 무의식적으로 하루 동안의 다른 움직임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 신체의 효율성 향상(대사 적응):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는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더 작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적응한다.
이러한 대사 적응은 진화적으로 보면 생존을 위한 기능이었다. 과거 인류는 에너지가 부족한 환경에서 체력을 아끼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하지만 이렇게 진화한 우리 몸이 현대사회에서는 체중 감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운동의 진짜 역할=감량 상태 유지
운동은 초기 체중 감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감량 후 요요현상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영국 링컨대학교의 생리학자 레이첼 우즈 박사가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 기고 글에서 설명했다.
1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교의 연구(2021년)에 따르면, 운동량이 초기 체중 감량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감량 후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들은 줄인 체중을 훨씬 더 오래 유지했다.
또한 운동은 혈당 조절, 인슐린 감수성, 염증 수준, 콜레스테롤 등 다양한 건강 지표를 개선한다. 이는 심혈관 질환과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졌다.2024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연구에서는 운동과 체중 감량 약물(예: 삭센다)을 병행할 경우, 약물 단독 사용 때보다 감량 유지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운동이 줄인 체중 유지에 도움이 되는 이유
운동이 체중 감량 자체보다 감량 유지에 효과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 기초 대사량 감소 보완: 체중이 줄면 신체는 휴식 시 소비하는 열량(기초 대사량)을 예상보다 더 크게 줄인다. 이는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운동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높여 이러한 대사 감소를 부분적으로 상쇄한다.
▶ 근육량 유지: 체중이 줄면 지방뿐 아니라 근육도 함께 감소한다. 근육이 줄면 기초 대사량도 떨어지므로 체중이 다시 늘기 쉽다. 그러나 저항운동(예: 근력운동과 필라테스 등)은 근육 손실을 막고 다시 근육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어 기초 대사율을 높이고 장기적인 체중 유지에 기여한다.
▶ 지방 연소 능력 유지: 체중 감량 후에는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강도 높은 운동은 지방 산화 능력과 대사 유연성(탄수화물과 지방을 상황에 맞게 전환해 사용하는 능력)을 되돌린다.
▶ 인슐린 감수성 개선: 운동은 인슐린의 효율을 높여 혈당 조절에 필요한 인슐린 분비를 줄이고, 지방 저장을 억제한다.
▶ 스트레스 완화 및 수면 개선: 운동은 기분, 수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수준을 개선해 과식과 지방 축적을 줄이는 간접적 효과를 낸다.
운동 반응, 사람마다 달라
사람마다 운동에 대한 반응은 다르다. 같은 운동을 해도 칼로리 소모량이나 식욕 반응이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운동 종류에 따른 효과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걷기·달리기·자전거 타기·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은 열량 소모와 지방 연소 능력을 높인다. 반면 근력운동은 근육량 유지·증가와 연결돼 기초 대사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운동, 체중 감량보다 감량 유지에 훨씬 더 효과적
정리하면, 운동은 단독으로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내기 어렵다. (그래서 식이요법을 함께 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사 건강을 유지하며, 정신적 안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결국 운동은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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