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서울 반포 세빛섬 무드서울에서 열린 ‘안티노리 시음회’엔 와인 애호가와 업계 관계자 수백 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 전망을 배경으로 세계 최대 와이너리 안티노리의 최대 수백만원짜리 프리미엄 와인 80여종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여서다. 특히 소비자들에게는 시음회 입장권을 ‘퍼스트 클래스’(12만9000원), ‘비즈니스 클래스’(4만9000원) 두가지로 판매했는데, 10만원이 훌쩍 넘는 퍼스트 클래스 입장권도 120장이 조기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끈 것으로 전해졌다.
와인수입업체 아영FBC에 따르면 이날 시음회에선 670년간 가족경영으로 가업을 이어오며 세계에서 최장수 와이너리로 꼽히는 안티노리 대표 와인을 무제한 시음할 수 있었다. 안티노리는 국내에선 대표 와인인 ‘티냐넬로’를 생산하는 와이너리로 유명하다. ‘이건희 와인’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와인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이 2004년 추석에 주요 계열사 임원과 지인들에게 직접 선물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안티노리는 1385년 이탈리아 피렌체 지역에 설립됐다. 안티노리 가문의 와인 생산 역사는 11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피렌체 와인 길드에 공식적으로 가입한 1385년을 와인 생산 원년으로 삼고 있다. 현재 안티노리 가문의 25대손인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과 세 딸인 알비에라, 알레그라, 알레시아가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가문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이건희 와인’ 티냐넬로는 안티노리가 1975년 처음으로 선보인 제품이다. 당시 ‘저가 와인을 대량 생산하는 나라’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이탈리아산을 고급 라인 반열에 오르게 한 와인으로 꼽힌다. 토스카나의 전통적인 와인 산지 끼안티 클라시코에서 국제적인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재배해 토종 품종인 산지오베제와 블렌딩한 새로운 개념의 와인이었다. 2000년에는 안티노리 ‘솔라이아’가 이탈리아 와인 사상 최초로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세계 100대 와인 1위에 올라 전 세계에 뛰어난 품질을 알리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은 글로벌 와이너리 인수에 속도를 내며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단독 소유권을 확보한 '스택스 립 와인셀라'다.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프랑스 최고급 와인을 제치고 우승을 거머쥔 미국 나파밸리의 전설적인 와이너리다.
안티노리는 이 와이너리의 창립자 워렌 위니아스키가 은퇴하면서 15%의 지분을 먼저 확보했으며 이후 파트너사의 구조조정 시점에 나머지 85%를 인수해 단독 소유주로 올라섰다. 현재는 약 300에이커에 달하는 포도밭과 스택스 립의 대표 포도원(FAY, S.L.V.)까지 아우르며 미국 시장에서도 프레스티지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2021년엔 이탈리아 북동부 프리울리 지역의 화이트 와인 명가 '예르만'도 품에 안았다. 국내에선 안티노리 와인 전 제품을 아영FBC가 독점 수입·유통하고 있다.
이날 시음 행사 직전엔 미디어 행사가 마련됐다. 시음회에 선보인 와인 중 30여종을 따로 선별해 맛볼 수 있었다. 티냐넬로, 솔라이아를 포함해 △체르바노 △비세르노 △보카 디 루포를 포함해 △피티오 △스택스 립 와인셀라 CASK 카베르네소비뇽 등 안티노리의 대표 프리미엄 와인이 시음 라인업에 포함됐다. 티냐넬로, 솔라이아를 포함해 시중에서 100만원 이상 호가되는 택스 립 와인셀라 CASK23 카베르네소비뇽 제품 등이 호평을 받았다.
아영FBC 관계자는 "안티노리는 와이너리 이름 하나만으로도 대형 시음회를 기획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시음회는 아영FBC가 국내 독점 수입·유통하는 안티노리 와인의 품격 과 글로벌 위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