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책 갈등에, 11개월 네덜란드 연정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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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당 보수 자유당 탈퇴 선언
총리도 사임… 조기 총선 실시될 듯

지난해 7월 출범한 네덜란드 연립정부가 이민 정책을 둘러싼 연정 내 갈등으로 출범 11개월 만에 무너졌다. 네덜란드 역사상 가장 단명한 내각이다. 정계 혼란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제1당인 강경 보수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3일 “합의했던 초강경 이민 정책이 실시되지 않았다”며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그는 “유권자와의 약속에 따라 (강경) 이민 정책을 관철하려 했으나 연정 내 다른 정당의 반대로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자유당 소속 장관들도 전원 사퇴했다. 그간 연정을 이끌었던 딕 스호프 총리 또한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자유당은 2023년 11월 총선에서 하원 150석 중 37석을 얻어 제1당에 올랐다. 총선 8개월 만에 보수 성향 자유민주당(VVD), 중도 성향 신사회계약당(NSC), 우파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 농민시민운동당(BBB)과 연정을 꾸려 집권에 성공했다.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빌더르스 대표는 이슬람 경전 ‘꾸란’을 파시스트 서적이라고 주장할 만큼 반(反)이슬람, 반이민 성향이 강하다. 그는 최근 모든 망명 신청자에 대한 국경 폐쇄 등이 담긴 정책을 연정 파트너인 다른 세 정당에 보내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세 정당이 거부하자 연정 탈퇴로 맞섰다. 자유민주당은 “엄청나게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세 정당의 합산 의석은 51석에 불과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2027년 중 있을 예정이었던 총선 또한 앞당겨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국제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1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의 대선 결선투표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에 부정적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군사 협력을 강조하는 카롤 나브로츠키 당선인이 승리했다. 이에 더해 유럽연합(EU) 주요 회원국인 네덜란드의 정계 혼란이 지속되면 범유럽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는 24, 25일 양일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도 개최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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