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생성과 소멸] 〈28〉금융이 AI에게 잘하려면

6 days ago 18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일본 전국시대, 조총은 심지에 불을 붙여 화약을 터뜨리는 방식이라 재장전에 30초 넘게 걸렸다. 기선을 제압하는 굉음 말고는 효과가 적었다. 명장 오다 노부나가는 어떻게 했을까. 엄청난 자본으로 조총을 사들여 별도 부대를 편성했다. 사수와 조수의 역할을 분리했고 부대를 3열 횡대로 세웠다. 쏘고 물러나 재장전하는 순환구조를 만들어 연속사격과 같은 효과를 창출해 승리했다. 무기의 '치명적 공백 30초'를 조직의 배치와 회전으로 메운 결과였다. 한국의 인공지능(AI) 금융은 딱 조총 도입 초기 단계에 있다. 기술금융, 모험자본, 면책제도라는 '무기'는 이미 갖췄다. 문제는 이 무기를 어떻게 배치하느냐다. 좋은 제도를 나열하는 것과 그것을 하나의 회전 구조로 엮어 리스크를 막고 공백을 메우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지금까지 생산적 금융 논의는 거의 전자에 머물렀다. 지금 필요한 건 '배치의 혁신'이다. 정부는 5년간 156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실제 투입하고 있다. 규모는 크지만 증가액 310조원 대부분이 정책금융에 쏠려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1열'에만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민간금융이라는 2열·3열이 흔쾌히 교대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유는 구조에 있다. 모험자본 투자는 부동산 등 담보대출보다 위험도가 높다. 금융회사의 부실은 곧바로 자기자본 비율과 주주환원 여력을 갉아먹는다. 면책제도가 있어도 위험을 흡수해주지 않는 한 민간이 선뜻 2열에 나서기 쉽지 않은 이유다. 지금의 생산적 금융은 사수 한 명이 쉬지 않고 계속 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노부나가 해법을 적용해 보자. 제1열, 최초 발사는 정책금융이 맡는다. 가장 먼저 자금을 투입해 시장의 신호를 만든다. 목표는 수익이 아니라 '이 분야가 사격 가능한 영역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제2열은 교대에 나서는 민간 모험자본이다. 정책금융이 만든 초기 신호와 데이터를 근거로 위험을 나누는 신디케이트 형태의 민간투자가 뒤를 이어야 한다. 이때 핵심은 개별 금융회사가 단독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 금융기관이 시장분석·투자분야·투입규모를 미리 나눠 연대하면, 한 회사가 전체 위험을 떠안지 않아도 된다. 이는 위험가중치 부담을 사수와 조수가 나누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제3열은 후속 재투자다. 회수가 아니라 재장전이 돼야 한다. 다시 ...

Read Entire Article